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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해줄게"…성범죄 온상된 익명 채팅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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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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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즐겁게 해줄게”, “나는 만나서 잘하는 타입이라…”
18일 오전 기자가 직접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받은 메시지 내용이다. 자신을 20대 남성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어디에 사냐”, “미성년자냐”며 노골적으로 조건만남을 요구했다. 대화를 이어나가자 기자와 만남 장소, 금액 등 성매매 요건을 제시했다. 기자가 아니라 실제 성매매를 하고자 하는 여학생이었다면 이 남성과의 성매매는 불과 몇분 사이에 모두 진행되는 상황이었다.

스마트폰으로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익명 채팅방’이 성매매, 불법 음란물 공유 등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익명 채팅방은 성인인증 없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알선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 채팅의 한 종류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의 ‘은밀한 대화’는 청소년에게 쉽게 노출돼있다. 오픈채팅방은 익명성이 전제돼있고,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실제로 이날 오픈채팅방에 ‘성인’이라고 검색한 결과, ‘성인 놀이터’, ‘남친 여친 몰래 나누는 대화’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개설된 채팅방이 눈에 띄었다. 채팅방 검색을 위해 마련된 해시태그에도 19, 여자만, 성인만 등이 쓰여 있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측은 한 매체를 통해 "성매매나 음란물을 방지하기 위해 금칙어를 적용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령대 제한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카카오톡 가입 시 전화번호 외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아 연령대에 따른 제한을 두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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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다른 익명 채팅앱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미성년자가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 없이 그대로 회원가입이 가능해 성매매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 실제로 난해 8월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조장 앱 317개 가운데 87.7%가 본인인증이나 기기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건만남을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7명(74.8%)이 채팅앱(37.4%)과 랜덤채팅앱(23.4%), 인터넷 채팅 사이트(14%)를 통해 각종 범죄에 노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앱을 이용, 성매매에 접근한 청소년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처음 성매매를 한 방식 중 ‘스마트폰 채팅앱’이 59.2%로 가장 많았고, 가장 많이 이용했던 성매매 방식 또한 ‘스마트폰 채팅 앱’이 67.0%를 기록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문제는 경찰의 단속에 한계가 있어 익명 채팅앱들은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데 있다. 익명 채팅앱 특성상 회원 가입시 익명성이 보장되고, 성별과 나이 등 개인정보 입력 없이 누구나 회원가입을 할 수 있어 사실상 경찰 수사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일종의 증거를 없애려는 취지로 성매매 대화내용이 자동 삭제되는 프로그램도 있어 수사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여성가족부와 공동으로 채팅앱에 대한 단속을 펼치고 있으나, 처벌을 총괄할 전담부서가 없어 범죄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는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권주리 십대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익명 채팅앱에 대해 “앱 자체에서 최소한의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면서 “채팅앱 내에서 성인인증이나 본인인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앱 내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제재할 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며 “사이버 성매매 환경을 규제할 수 있는 처벌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인턴기자 pmdh03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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