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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비행기가 번개에 맞아도 안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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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뢰(번개) 맞는 비행기들의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낙뢰(번개) 맞는 비행기들의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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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번개를 정통으로 맞은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했다는 소식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지난달 3일 오후 2시50분께 제주공항을 이륙해 김포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8936편이 착륙하다 낙뢰(번개)를 맞았지만 승객 248명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습니다.

강풍이 불고 많은 눈이 내린 지난해 2월10일 오전 7시12분께 김포행 아시아나항공 OZ8900편이 제주공항에서 이륙하자마자 낙뢰를 맞았지만 기체는 멀쩡했고, 승객 135명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2016년 3월5일에는 대한항공 KE1258편이 김포공항 상공에서 낙뢰를 맞았지만 무사했습니다.

번개는 외국 항공사도 피해가지 않습니다. 네덜란드 국영항공사 KLM의 여객기가 이륙 직후 낙뢰를 맞는 동영상이 지난해 11월14일(현지시간) 유튜브에 올라와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 비행기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폴 공항에서 이륙한지 얼마되지 않아 번개를 맞았지만 목적지인 페루 리마까지 아무탈 없이 순항했습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거의 모든 비행기는 1년에 한두 차례씩 운항 중 낙뢰를 맞는다고 합니다. 민간 항공기들은 지상으로부터 6000m~1만2000m 정도의 고도에서 비행하기 때문에 번개의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습니다. 번개는 초당 30~100회 정도 발생하는데 하루에 500만회 넘게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낙뢰가 비행기에 내리치면 10억 볼트(V), 수만 암페어(A)의 전압과 전류가 흐르는데 이 정도 전류는 비행기를 통째로 태워버릴 수 있는 위력이라고 합니다. 낙뢰의 강도가 심하면 조종석 계기판이 흔들리거나 비행기 표면에 그을음이 생기거나 표면이 벗겨지기도 하지만 비행기 내부에는 전혀 충격이 미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심지어 승객들은 비행기가 낙뢰를 맞은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번개에 맞은 후 비행기가 착륙하면 반드시 기체 점검을 통해 이상유무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연결편이 결항하거나 지연 운항하는 불편을 겪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항공기는 어떻게 낙뢰에도 안전할 수 있을까요? 커다란 전기회로와 같은 비행기는 번개가 치면 전류를 곧바로 공중으로 흘려버립니다. 비행기 동체는 전도성 좋은 알루미늄 합금인 '두랄루민(Duralumin)'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비행기는 번개를 맞아도 날개에 달린 '정전기 방출기(피뢰침·붉은 동그라미)'를 통해 공중으로 전류를 흘려보내기 때문에 아무탈 없이 비행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비행기는 번개를 맞아도 날개에 달린 '정전기 방출기(피뢰침·붉은 동그라미)'를 통해 공중으로 전류를 흘려보내기 때문에 아무탈 없이 비행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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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벼락이 치면 강한 전류가 기체 표면을 따라 순식간에 퍼지지만 날개 곳곳에 설치된 수십여 개의 피뢰침이 전류를 곧바로 공중으로 흘려 버립니다. 이 피뢰침을 '정전기 방출기(Static Discharger)'라고 합니다. 비행기의 창문에서 날개를 바라보면 주날개와 꼬리날개 쪽에 15~20㎝ 길이의 뾰족한 침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침이 정전기 방출기이자 피뢰침입니다.

비행기의 피뢰침은 정전기 방출 역할도 합니다. 비행 중에 부딪히는 먼지, 강우, 강설, 얼음 등의 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전자가 비행기 표면에 붙거나 비행기 표면의 전자가 입자들에 붙으면서 정전기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쌓인 정전기는 기체의 뾰족한 부분으로 몰려가 방전을 일으키기도 하고, 통신 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공중에 흩어줘야 합니다.

비행기 기체가 강한 전류를 공중으로 흘리는 원리는 '패러데이의 새장 효과'라고 합니다. 새장에 전류가 흘러도 새장 속의 새가 안전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번개가 칠 때 자동차 안으로 피신하면 전류가 자동차 몸체로 빠져나가 안에서는 안전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고속철도인 KTX의 지붕에도 피뢰침이 설치돼 있습니다. 높은 전류를 피뢰침이 빨아들이면 전류가 기차 외벽을 따라서 흐르다가 바퀴를 통해 철로와 땅 순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기차 안은 아무런 느낌이 없어 승객들은 역시 번개를 맞은지도 모르게 됩니다.

자동차는 피뢰침이 없지만 바퀴가 땅에 닿아 있기 때문에 번개가 차체를 타고 흐른 뒤 땅속으로 흡수됩니다. 바다나 강을 운행하는 선박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류가 배 안으로 흐르지 않고 선체 외곽을 타고 바다나 강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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