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엔테베 작전'
'독일 혁명세포' 소속의 윌프리드 보제, 가브리엘레 티데만 등 테러 분자 네 명은 1976년 6월 그리스 아테네에 기착한 파리행 '에어 프랑스' 항공기에 탑승했다. 승객 247명과 승무원 열두 명을 위협하고 비행기를 남쪽으로 운전하라고 명령했다. 우간다 엔테베에 도착한 인질들은 우간다 군인들이 지키는 공항 빌딩에 갇혔다. 납치범들은 이스라엘에 수감된 마흔 명 등 수감자 쉰세 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이디 아민 우간다 대통령의 도움으로 가능했던 협박. 이스라엘 정부는 테러 분자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했다. "죄수들을 석방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몬 페레스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구출 계획을 짰다. 이른바 '번개 작전(Project Thunderbolt)'이다.
이 사건은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한 '엔테베의 승리(1976년)', 찰스 브론슨이 주연한 '엔테베 습격(1977년)' 등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다. 모두 이스라엘의 결단을 지지하는 내용이다. 7일 개봉한 호세 파딜라 감독의 '엔테베 작전'은 조금 다르다. 납치범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라빈 총리(라이어 애쉬케나지)의 고뇌를 두루 조명한다. 예를 들면 라빈과 시몬 페레스 국방장관(에디 마산)의 대화. "첫 수송기가 발각당해 공격을 당하면 인질들은 모두 끝장이야. 만약 실패하면 국가 전체에 재앙이 될 거야. 물론 내각의 뜻을 따르겠지만." "당신이 곧 내각입니다."
번개 작전은 말롯 테러보다 더 큰 물리적 장벽에 부딪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가운데 서른 명이 죽고 우간다 군인 중에서도 그만한 사상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100명을 구하기 위해 예순 명이 목숨을 잃는 작전은 허용할 만한 일일까. 결정은 이스라엘 정부가 예상하는 최대 사상자 수에 근거해서 내려져야 했고, 또한 평가받아야 한다. 모든 인질범이 고국으로 안전하게 귀국했다면, 그리고 이스라엘 특공대가 급습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질들의 희생을 확실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 작전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며 성공일 수 있다. 번개 작전의 결과가 예상보다 좋았을지라도 인질 네 명이 죽었으므로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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