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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부담 덜어내니, 고민하고 토론하는 수업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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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년제' 운영하는 충북 삼성중, 학생참여·토론형 수업 활발
지필고사 대신 100% 논·서술형 시험…학생에 대한 이해 높아져

지난 4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 1학년1반 자유학년제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이 '우리 마을 행복 공간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 1학년1반 자유학년제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이 '우리 마을 행복 공간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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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우리 지역에는 일하러 온 외국인들이 많으니까 우리나라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함께 쉬기도 하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문화센터가 꼭 필요한 시설인 것 같아."
"일단 SNS에 이 내용을 올려서 '좋아요' 500개를 받을 때까지 알려보자. 그리고 대정리 이장님을 직접 만나 우리 생각을 말씀드리는거야."

지난 4일 오후 충북 음성에 위치한 삼성중학교 1학년1반 사회 시간. '우리 마을 발전을 위한 행복공간의 필요성과 제안 방법'을 주제로 학생들이 4명씩 팀을 이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필요한 시설과 그런 시설이 필요한 이유를 놓고 뜨거운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다시조'에 속한 민지와 관희, 성은이는 1층엔 카페, 2층엔 학생들을 위한 공간, 3층엔 외국인 휴게시설, 4층엔 다문화 식당까지 갖춘 건물을 세우자며 '다올찬다문화센터'라는 멋진 이름까지 생각해 냈다. 다문화센터가 들어설 곳은 인근에서 비교적 지가(땅값)가 낮고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동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장에서 멀지 않은 위치여야 한다는 기준까지 나름 고려한 결정이었다.
수업을 진행한 류아람 교사는 "우리 마을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고민해 보고 왜 이런 공간이 필요한지,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지 토론하는 방식"이라며 "자유학년제가 아니라면 교과 진도나 시험 압박 때문에 이런 수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류 교사는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팀이 무슨 발표를 했는지 등을 기록해 둘 예정이다. 다른 학생들도 마을도서관이나 문화센터, 노인복지센터 등을 만들자며 저마다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방안들을 제시했다.

수업을 참관한 학부모 황규영(학부모네트워크 대표) 씨는 "아이들이 마을의 발전을 위해 친구들과 토론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며 "특히 아이들의 학습 활동을 관찰하고 솔직하게 기록해서 보내주시는 선생님들의 정성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를 방문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학년1반의 자유학년제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우리 마을 행복 공간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지난 4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 삼성중학교를 방문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1학년1반의 자유학년제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우리 마을 행복 공간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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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업 과정을 공개한 삼성중은 학생들이 1학년 일년 동안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을 보지 않는 대신 직업 체험이나 예술 등 교과외 활동을 하는 '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다. 교사가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참여하는 수업 방식이다.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3210곳)에서는 1학기 동안 학생참여형 수업과 진로·적성을 찾기 위한 체험 활동을 하는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데, 절반 가량(46.8%)인 1503개 학교는 아예 1학년 한 해를 자유학기제로 확대해 자유학년제를 도입했다.

삼성중의 경우 농촌 지역의 특성을 살려 '반딧불이 환경축제'나 '미호강 살리기'와 같은 지역·환경보호 활동에 학생들이 참여하는가 하면, 직접 가꾼 농작물을 잘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는 전 과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이 학교는 '행복씨앗학교(충북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2학년부터 지필 시험을 100% 서술·논술형(영어는 50%)으로 바꿔 치르고 있다. 수업 방식 뿐 아니라 평가 방식까지 바꾸니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간의 소통까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홍석중 삼성중 교장의 설명이다.

김은선 삼성중 행복교육운영부장(자유학년 업무 담당)은 "논·서술형 시험을 도입했더니 기존의 OMR 카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며 "항상 100점이던 아이가 논술한 답을 보고 그동안 이해를 잘 못하고 있었다거나 매번 낮은 점수를 받던 아이도 나름의 논리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가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 학교 학부모인 김경철 열린아버지학교 대표는 "자유학년제와 논·서술형 평가 방식 모두 교육적 측면에서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좋은 제도를 고교에서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 고교와 대학 등에서도 제도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수업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여기에 맞춘 교과연계형·프로젝트형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더 많이 고민하고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수고도 필요하다.

이날 삼성중을 찾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정을 갖고 노력해 주시느냐에 따라 우리 학교와 교실 수업이 변화하게 된다"고 격려하며 "자유학기·자유학년제를 통해 모든 학생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이러한 교실 수업의 혁신이 중학교 전 과정, 나아가 공교육 전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충북 음성= 조인경 기자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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