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창업 1순위 편의점도 '폐점 쓰나미'
엉터리 통계에 뿔났다…일자리 창출 정책 역행 지적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우리 같은 서민 자영업자들은 '통계' 같은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민이 체감하는 현실이 '상식'이고, 우리가 힘들다고 하면 힘든 것 아닙니까?"
종로에서 커피숍과 신발가게를 함께 운영중인 부부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 때문에 힘들고 수익이 줄었는데, 최하위 10%를 제외한 90%의 소득증가율이 높아졌다는 뉴스를 보고 결국은 모두 내 탓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졌다"며 "그런데 자영업자와 실직자를 뺀 엉터리 통계라는 것을 듣고 자영업자들만 외면하는 현실에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놓고 자영업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발언의 근거가 된 통계자료가 영세한 자영업자나 초단기 아르바이트생,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들을 제외한 근로소득자의 소득 기준으로만 산출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생존의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을 '패싱'하고 '장밋빛 전망'만 짚었다는 비판이 현장에서 쏟아졌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폐업하는 외식업종은 속출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3월1일부터 7일까지 전국 외식업체 30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설문 응답자 77.5%는 '최저임금 적용 이후 현재까지 경영 상태가 악화했다'고 답했다.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원인으로 내수 부진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하소연한다. 여의도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심 모씨 역시 "직원 월급도 감당이 안돼 인력을 줄여 비용 감소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업종 전환이든, 폐업이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대출을 받아 강남에 주점을 연 유 모씨는 "김영란법과 혼술(혼자먹는 술)ㆍ홈술(집에서 먹는 술)ㆍ나홀로족 등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매장 관리 비용과 직원 인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로 빚이 계속 쌓여 파산을 고민중"이라고 한숨지었다. 중구 다동의 한 골목에서 비빔밥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가격을 올렸는데도 손님마다 '서민 음식을 올리면 되겠냐'고 핀잔하더라"면서 "규모가 영세한 식당일수록 최저임금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퇴직자들의 창업 1순위 중 하나인 편의점도 대폭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폐점 쓰나미를 겪고 있다. 국내 편의점 6개사 폐점수(CUㆍgs25ㆍ세븐일레븐ㆍ이마트24ㆍ미니스톱ㆍ홈플러스365)는 지난해 1월 126개에서 계속 120개 안팎을 기록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율이 결정된 지난해 7월 130개로 늘더니, 같은해 12월에는 206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도 1월 148개, 2월 162개, 3월 183개, 4월 208개, 지난달 195개 등으로 문닫는 편의점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 들어 문 닫은 편의점만 895개로 추정된다. 1년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의 특성상 인건비 부담이 큰 업종인 만큼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나 인상되면서 폐점을 결정한 것.
편의점 업태의 상징인 야간 영업을 포기하는 점포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 4월 새로 문을 연 점포 110곳 중 24시간 영업하기로 계약한 곳의 비율은 약 6.36%에 그쳤다. 점포 100곳 중 6개만 24시간 영업을 택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우선 공약인 일자리 창출에도 역행하는 모습이다. 구로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최근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으로 2년동안 함께 일해왔던 직원을 2명 내보냈다. 그는 "와이프랑 어머니까지 나와서 하루종일 닭을 튀기고 배달을 하면서 가게를 운영중인데, 이대로라면 얼마 못 버틸 것 같다"며 "가맹본부도 나몰라라 하는데 정부는 더 나몰라라 한다"고 토로했다.
서울 창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 모 씨는 "최저임금이 오른 뒤 본사 물건이 들어올 때 재고 정리와 물건 진열만 맡는 알바생을 따로 뒀다"면서 "기존에 낮 근무를 하던 알바생을 내보내고 내가 하고 있어서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시간 쪼개기 알바를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등포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는 박 모씨는 "사장이 교대로 밤 근무를 하던 알바를 내보낸 상황에서 눈치가 보여서 주휴수당이나 최저임금 인상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면서 "편의점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데 자칫 실직하게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충정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최 모씨도 며칠 전 직원을 또 한명 잘랐다. 최저임금이 시행된 이후 2명째다. 최 씨는 "지금도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보다 높은 8000원을 주고 쓰는데 내년에 1만원 선까지 올리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서 "현장에서 이렇게 힘들다는데 정부는 왜 이를 외면한 채 소득이 증가했다고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에서 의류 가게를 운영중인 이 모씨는 "김포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2년전에 대출을 받아 강남에 매장을 열게 됐는데,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 됐다"며 "임대료라는 변수만 생각했지, 인건비는 전혀 고려하지를 못했는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돼 다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고 직원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정부가 힘든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들여다본다면 소득주도성장론의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자영업자들만 현실을 제대로 알지 정부도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항변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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