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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절벽 자영업①]인건비 감당못해 10년 버틴 장사도 접었습니다

최종수정 2018.06.05 11:19 기사입력 2018.06.05 08:30

자영업자들 폐업 속출…음식ㆍ주점업 생산 3년 연속 마이너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외식업계 대량 폐업 사태 잇따를 것"
KDI "2020년에만 14만4000명 실직"…일자리 32만개 감소

명동의 한 거리에 폐업한 상가.
명동의 한 거리에 폐업한 상가.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10년째 일식집을 운영해온 이 모씨는 최근 폐업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매출의 30% 이상이 직원 4명의 인건비로 나가는데, 임대료보다 인건비 지출이 크다"며 "장사도 신통치 않은데 갈수록 인건비와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여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로 임금 지출이 늘어난 자영업자의 소득은 포함시키지도 않은 통계치로 최저임금 상승 효과를 떠들어대는 것을 보고 있자니 기가 막힌다"면서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 자영업자들의 사정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 주기를 바란다"고 간곡히 당부했다.

종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도 가게 문을 닫을 지 고민이다. 인근에 식당이 많아 경쟁도 치열한데, 일을 도와줬던 신랑이 최근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직원을 추가 고용해 인건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부부나 가족이 함께 일하면 괜찮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6년째 지속하고 있는 외식 자영업자 모임 20여명 중 벌써 4명이 폐업 신고를 했는데 하나같이 앞으로 더 문제라며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이 올해 임대료 상승 등의 고물가와 더불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폭탄을 맞으면서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외식 자영업자들의 울부짐은 절규에 가깝다.
명동의 한 거리에 폐업한 상가.
명동의 한 거리에 폐업한 상가.
4일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17년 하반기 전국 8대 업종의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생겨나는 업소보다 사라지는 업소가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음식업종은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8개 업종 중 창·폐업이 가장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이들이 음식점을 창업하지만 시장에 안착하는 업소보다 문을 닫는 업소가 더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올해는 이 폐업률 수치를 갱신할 전망이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자영업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올해 폐업이 더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음식 및 숙박업의 성장률이 -2.8% 추락했다. 2005년 1분기에 -3.5% 이후 1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구로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최근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으로 2년동안 함께 일해왔던 직원 2명을 내보냈다. 그는 "와이프랑 어머니까지 나와서 함께 하루종일 닭을 튀기고 배달을 하면서 가게를 운영중인데, 이대로라면 얼마 못버티고 폐업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의도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심 모씨 역시 "직원 월급도 감당이 안돼 인력을 줄여 비용 감소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업종 전환이든, 폐업이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출을 받아 강남에 주점을 연 유 모씨는 "김영란법과 혼술ㆍ홈술ㆍ나홀로족 등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매장 관리 비용과 직원 인건비, 임대료 등의 지출로 빚이 계속 쌓여 파산을 고민중"이라고 한숨지었다.

비단 외식 자영업자들만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강남에서 의류 가게를 운영중인 이 모씨는 "김포시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2년전에 대출을 받아 강남에 매장을 열게 됐는데,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 됐다"며 "임대료라는 변수만 생각했지, 인건비는 전혀 고려하지를 못했는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돼 다시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고 직원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일러스트=이영우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청와대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 효과 90%' 주장이 나오자 자영업자들의 비명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여파를 크게 받은 자영업자나 무직자 등 불리한 데이터를 빼고 통계를 작성한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ㆍ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라는 비난이 거센 것. 이에 대해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실직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무리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영등포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주변에 식당이나 카페 등을 내놓은 지인들이 많은데 결국 우리 가게도 버티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정부가 철저하게 자영업자는 외면하고 있는데, 힘든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들여다본다면 소득주도성장론의 효과에 대해 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대표적인 창업업종인 음식ㆍ주점업 생산이 지난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 최저임금 상승 폭탄까지 맞게 되면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2020년까지 현재 외식업 종사자의 13%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식업의 경우 '종사자 4인 미만'인 영세 사업체가 전체의 약 87.4%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액에서 식재료비(40.6%), 인건비(17.6%) 등 고정비용이 82.5%를 차지할 만큼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며 "이는 비용에 있어 추가 부담의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수청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외식업계에 대량 폐업과 실업 사태가 촉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존 절벽 자영업①]인건비 감당못해 10년 버틴 장사도 접었습니다


주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KDI는 이날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올해 8만4000명, 내년 9만6000명, 2020년에는 14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폭 인상이 반복되면 고용 감소 폭이 커지고, 임금 질서가 교란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종사자 수가 1~4명인 소규모 사업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만3000명 감소했다. 소규모 도ㆍ소매업체 취업자 수는 2016년 상반기에도 많이 줄었지만 올해 1분기와는 상황이 달랐다. 당시에는 전 연령대에 걸쳐 전반적으로 줄었지만 30대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분기에는 30대 감소 비중이 컸다. 청년층 창업이 둔화했고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임시 일용 근로자 고용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ㆍ소매업(8만6000명), 숙박ㆍ음식점업(3만6000명)의 고용 감소 폭이 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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