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사라질 직업 1위? 동의 못합니다"
"번역 스타트업 플리토가 망할 리도 없죠"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인공지능(AI) 번역은 절대 사람 번역을 대체할 수 없어요. 구글도 인정한 사실인 걸요. 고로 플리토는 망할 수가 없습니다." 이 무슨 근거없는 자신감인가. 호기심이 인다.
플리토는 구글 번역기, 네이버 파파고와 같은 'AI 번역', 준전문가의 '집단지성 번역', 번역가의 '전문번역' 등 23개 언어에 관한 통합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AI와 로봇 기술이 향상되면서 이 대표에게 쏟아진 FAQ(자주 묻는 질문들)가 바로 "문 닫는 것 아닙니까'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자신감은 마이크 슈스터 구글 번역 최고 담당자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슈스터는 "사람의 대화는 문화적 차이ㆍ맥락ㆍ표정ㆍ동작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에 번역기가 인간을 완전히 대신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AI 번역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뒷단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받쳐줘야 한다"고 했다. 알고리즘을 아무리 정교화한다 하더라도 AI가 공부할 빅데이터가 없다면 소용 없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네이버ㆍ구글이라 할지라도 카페나 블로그의 콘텐츠를 임의로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은 언어 데이터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플리토는 현재 173개국 850만 사용자를 보유했다. 하루에 처리되는 번역 요청만 7만여 건에 이른다. 플리토의 언어 데이터가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AI가 수행하지 못한 번역'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플리토에는 AI 번역이 마음에 안 들 때 사람한테 한 번 더 물어볼 수 있는 집단지성 번역이 있다"며 "집단지성 번역을 요청했다는 것은 해당 문구에 대한 AI 번역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는 곧 양질의 데이터가 된다"고 했다. 집단지성 번역은 사용자가 유료 번역을 의뢰하면 전 세계의 준전문가들이 즉답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한 문장도 가능하다. 준전문가들은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플리토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는 "세계적 기업들이 데이터를 찾다찾다 우리에게까지 온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언어 데이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없다는 뜻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언어 데이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란다. 이 대표는 "언젠가 지금은 사어(死語)가 된 고구려어를 번역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언어 데이터를 확보하고 싶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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