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대법원장 직속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흥정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법부 불신' 기조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해당 재판 관련자들을 중심으로 '판결 원천 무효' 주장은 물론 국가 손해배상 주장까지 나오면서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정황이 공개되면서 해당 사건 관련자들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이익을 위해 스스로 사법부 독립이라는 가치를 차버리고 자발적으로 정치권력에 머리를 숙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TX 해고승무원들과 전교조는 당시 대법원 판결은 청와대와 사법부의 흥정 결과인 만큼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2008년 코레일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ㆍ2심에서 승소했지만 2015년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전교조 역시 대법원에서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법부에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맡겨도 되는지 심각한 고민과 불신이 들 수밖에 없다"며 "더이상 사법부가 국민들에게 사법부 독립을 요구하거나 국민이 법 질서를 지키면서 살 것을 요구할 자격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검찰의 강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대법원 측에서 수사의뢰나 고발이 들어와야 수사 착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위법 행위를 의심할 수 있는 '단초'가 나온 만큼 남은 것은 '성역 없는 진상 규명'뿐 이란 여론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야합이 양 전 원장과 대법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 재심 청구를 검토해볼 가능성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승태 대법원이 어디까지 위법 행위를 한 건지 철저히 수사를 하는 것이 겉잡을 수 없는 사법 불신을 막는 길"이라며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정부의 외청인 검찰이 사법부를 상대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만큼 검찰 수사는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해도 '법관 블랙리스트' 부분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대법관들의 판결에 법원행정처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은 증거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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