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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치위기, 왜 전세계 금융시장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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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이탈리아발(發) 정치 위기가 29일(현지시간)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과 그에 따른 국가 파산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금융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91.64포인트(1.58%) 낮은 2만4361.4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500포인트 이상 밀리기도 했다.
세리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카를로 코타렐리 총리 후보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리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왼쪽)이 카를로 코타렐리 총리 후보자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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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과 유럽의 금융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은행주를 추종하는 대표적 상장지수펀드(ETF)인 S&P 파이낸셜 셀렉트 섹터 ETF(XLF)는 이날 장중 한때 3.8% 급락하며 2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전일 대비 1.4% 떨어진 384.47로 거래를 마쳤다.

시티그룹과 JP모건이 각각 4% 이상 하락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장 마감을 앞두고 낙폭이 4% 선으로 확대됐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딧의 주가는 5.6%, 스페인의 산탄데르는 5.4%,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4.5% 하락했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개월째 이어진 이탈리아의 정치 위기가 이제 유럽을 넘어 미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정치 불안으로 총선 후 정부 구성조차 못한 상태에서 다시 총선을 치를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오성운동과 동맹 등 유렵연합(EU)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정당은 반EU성향의 재무장관을 임명하는 문제를 두고 세르조 마타넬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충돌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은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는 동시에 다시 총선을 치러 EU에 대한 국민들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역사상 총선 후 정부를 구성조차 못하고 새로운 선거를 치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타넬라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 고위관료 출신의 카를로 코타렐리를 중립내각을 이끄는 총리로 지명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의회 과반을 차지하는 오성운동과 동맹이 강력히 반발해, 내각 구성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앞서 오성운동과 동맹은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피렌체대 법대 교수 주세페 콘테가 이끄는 내각을 추진했다, 마타넬라 대통령의 반대로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국제사회가 이탈리아의 정치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때문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재선거가 치러지면 선거 쟁점은 국내 사안이 아닌 EU에 대한 찬반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로화(貨) 탈퇴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다가오는 총선은 정치적 선거가 아니라 자유를 원하는 시민(반EU 지지 지칭)과 노예로 살기를 원하는 시민(친EU지지 시민) 사이의 진정한 의미의 국민투표가 될 것"이라며"이탈리아는 독일과 프랑스 유럽의 관료들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다음 달 2일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동맹이나 오성운동 등이 재선거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 이탈리아의 EU 탈퇴 가능성이 주목받을 수 있다. 앞서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EU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유로화를 통화로 썼던 나라라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이 우려된다. 더욱이 유로존 3위의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는 과거 국제금융시장을 흔들었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갖는다.

그뿐만 아니라 EU 통합에 미치는 파장도 우려스럽다. 내년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반EU세력이 인기를 누릴 경우, EU의 통합 노력 자체가 위협받는다. EU는 더 높은 수준의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각종 개혁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선거 이후 반EU세력의 세를 모으면 개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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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국가 파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의 CNBC방송은 '이탈리아가 다음 그리스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비율이 132%에 이른다. 만성적인 이탈리아의 경제 부진에 국채 수익률까지 오를 경우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인 상황으로 이미 2년물 국채는 2.74%까지 치솟아 2013년 유럽 부채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오성운동과 동맹은 앞서 세금감면, 재정지출 증대를 약속한바 있다. 이들이 정권을 잡게 될 경우 이탈리아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가 EU를 탈퇴할 경우 국채 금리 등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설령 차기 이탈리아 정부가 EU 탈퇴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혼란 상황만으로도 이탈리아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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