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표'는 핵 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핵 무력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병진정책을 선포해 이행하고 있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엄청난 압력에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말만 반복하면서 핵무기 폐기를 회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처럼 북핵 폐기일까, 남북관계 개선일까, 아니면 평화정착일까. 목표는 불분명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중재하는 것이고 그 '수단'은 선의와 배려를 통한 북한과 미국 설득,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약속, 그리고 근면한 노력이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세 사람의 전략을 평가해볼 때 목표-방법-수단의 일관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김 위원장이다. 선대로부터 계승되어온 전략이고, 혁명전략의 엘리트들이 정교하면서도 충성스럽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수단이 가장 풍부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 경제력,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개인적 직관을 과신함으로써 대응이 충동적이고, 따라서 방법과 수단의 낭비가 많으면서 일관적이지 않다. 반면 김 위원장은 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술적 변화를 활용해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렇게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피곤과 좌절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미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 제거' 정도로 조정하게 될 것이며 이로써 미국과 북한은 윈-윈(win-win)했다며 게임을 종료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미ㆍ북 간의 회담이 삐걱거릴 때마다 헌신과 희생으로 중재해 회생시키고, 미국이 목표를 조절해 북한과의 타협에 이르면 환영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북한에 남북 관계 개선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요청에는 부응하지 않은 채 다른 게임 즉 자신이 주도하는 통일에 관한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은 절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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