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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핵 폐기에 관한 우리의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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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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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와 같은 중차대한 사안을 '게임(game)'에 비유하는 것은 경솔하지만 냉정하면서도 객관적 분석을 위해선 때론 단순화하는 것도 유용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북핵 문제와 관련해 "Everybody plays games"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의도일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선 신중함을 간직한 상태에서 우리도 게임 차원에서 지금의 북핵 폐기 사안을 분석해보자. 북한, 미국, 한국의 지도자들이 어떤 '전략(strategy)', 즉 어떤 목표와 방법, 수단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는지를 추측하자는 것이다.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표'는 핵 보유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핵 무력과 경제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병진정책을 선포해 이행하고 있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엄청난 압력에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 말만 반복하면서 핵무기 폐기를 회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법'은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핵폐기 조건을 완화시키는 것이고 그 '수단'은 집요하고 끈질긴 협상력, 도발의 위협, 중국과 한국의 협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지금으로선 북한의 핵무기 폐기다. 그의 '방법'은 강압과 회유의 적절한 배합이고, '수단'은 군사적 옵션, 경제제재, 경제지원의 약속, 중국과 북한의 협력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목표'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처럼 북핵 폐기일까, 남북관계 개선일까, 아니면 평화정착일까. 목표는 불분명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북한과 미국의 협상을 중재하는 것이고 그 '수단'은 선의와 배려를 통한 북한과 미국 설득,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약속, 그리고 근면한 노력이다.

북핵 폐기를 둘러싼 세 사람의 전략을 평가해볼 때 목표-방법-수단의 일관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김 위원장이다. 선대로부터 계승되어온 전략이고, 혁명전략의 엘리트들이 정교하면서도 충성스럽게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수단이 가장 풍부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 경제력,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개인적 직관을 과신함으로써 대응이 충동적이고, 따라서 방법과 수단의 낭비가 많으면서 일관적이지 않다. 반면 김 위원장은 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전술적 변화를 활용해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렇게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피곤과 좌절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미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 제거' 정도로 조정하게 될 것이며 이로써 미국과 북한은 윈-윈(win-win)했다며 게임을 종료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 미ㆍ북 간의 회담이 삐걱거릴 때마다 헌신과 희생으로 중재해 회생시키고, 미국이 목표를 조절해 북한과의 타협에 이르면 환영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북한에 남북 관계 개선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요청에는 부응하지 않은 채 다른 게임 즉 자신이 주도하는 통일에 관한 게임을 시작할 것이다. 한국은 절망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현실은 게임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주변 국가, 각국 국민들의 의지와 여론, 예상치 않은 다양한 사건 등으로 인해 게임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시각에서 접근할 경우 북핵 폐기에 관한 한국의 전략, 즉 목표ㆍ방법ㆍ수단의 측면에서 적절성을 점검할 수 있고 교정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한국은 북핵 폐기, 남북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재정비하고, 이에 근거해 북한, 미국과 제반 사항을 협의 및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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