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전무급 임원 B씨는 운전을 못 한다. 수행 비서(운전기사)가 새벽부터 때로는 밤늦게까지 운전을 대신한다. 일정이 많은 주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은 수당을 꼬박꼬박 챙겨주면서 운전기사와 함께 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꼼짝 없이 발이 묶이는 신세가 됐다.
대기업에서 인사 및 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C씨는 "대기업은 7월 이전부터 사전 연습을 해서 어느 정도 적응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고심 중"이라며 "결국 업무 시간을 줄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외 출장자나 임원 운전기사 같은 특수한 상황이 문제"라며 "아직 해결책이 없는데 운전기사의 경우 그룹 계열사끼리 인력을 공유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경우 운전기사의 임금이 줄거나 일자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ㆍ석유화학업계는 장치 산업 특성상 매년 정기적으로 예정돼 있는 유지ㆍ보수 기간 불가피한 연장 근무가 당장 해결 과제다. 탄력근무제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단위 기간이 3개월로 제한돼 있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탄력근무제 기한을 1년으로 늘리면 문제가 없지만 3~6개월 단위로 적용하면 통상 두세달씩 걸리는 정기 보수로 인한 초과 근무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중견기업은 특히 고용난을 걱정한다. 고양시에서 플라스틱 제조 업체를 운영하는 중견기업 대표 D씨는 "총 근로시간이 줄어 직원들 임금도 실질적으로 매월 수십만원씩 감소하게 됐다"면서 "고용주 입장에서는 직원을 더 고용해야 공장을 365일 돌릴 수 있는데 임금도 더 줄어든 마당에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으려고 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도 가파르게 올라 공장을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해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복지팀장은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탄력근무제를 최소 1년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6개월 이상씩 일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업종에서는 턱없이 선택지가 부족한데 업황 사이클에 맞춰 1년 정도까지는 늘려야 실제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해외 출장 시 근로 시간을 어떻게 적용하느냐 등 해석이 모호한 대목도 시행 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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