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부주의·정보미비로 인한
'낙전수입'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
제안요금제 소비자 채택률 84% 달해
매출 감소 직격탄에도 "신뢰회복이 우선"
"더 이상 소비자의 '무지(無知)'를 악용해 돈을 벌지 않겠다. 낙전 수입도 과감하게 돌려드리겠다."
올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 기자간담회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밝힌 '참회경영'은 단순한 말잔치가 아니었다. 이후 도입한 일련의 조치로 SK텔레콤은 눈앞에서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걸 바라만 봐야 했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회복의 유일한 길이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예컨대 데이터 11GB, 6만5890원짜리 요금제를 수 년째 사용해온 소비자에게 시스템은 '너무 비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소비자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분석해보니 월 1GB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스템은 소비자에게 6만5890원 요금제 대신 데이터 2.2GB를 제공하는 4만6200원짜리 요금제를 추천해줬다. 소비자는 요금제에 불만이 있어 매장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안내에 따라 소비자는 매달 1만8890원의 통신비를 절감하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 것이다.
2월부터 5월 초까지 이 시스템 추천에 따라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한' 요금제로 바꾼 소비자 수는 50만명을 넘어섰다. 요금제 추천 시 소비자의 채택률도 2월 77%에서 5월 초 84%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6만원에 팔 수 있던 것을 4만원에 팔면서 겪는 매출 타격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매년 수천 억원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는 실제 SK텔레콤 실적에도 일부 반영되고 있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7% 감소했다. 회계기준 변경을 감안해도 상당한 타격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자 친화적 경영방침이 불투명한 이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박 사장은 보고 있다. 그는 이통업계뿐 아니라 ICT 업계 전반에 만연한 '소비자의 사업자 불신'이 장기적으로 ICT 산업의 성장동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실적경쟁에 매몰돼 소비자의 불편·불만을 외면하고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 성장 관점에서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판단한 것이다.
"낙전 수입을 돌려주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있다. 소비자의 정보 미비·실수·부주의 등에 따른 추가 수입을 이익으로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이통사를 향한 국민적 반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이통사는 그동안 소비자를 부추겨 불필요한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며 IT 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을 속여 과도한 통신요금을 받아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뢰 확보는 박 사장의 올해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올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8에서 '8대 고객 가치 혁신 프로그램'을 예고한 이유다. 추천요금제는 8대 과제 중 첫번째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3월5일 약정위약금 제도 개편과 무약정 플랜 도입, 3월22일 로밍요금제 개편, 4월 멤버십 제도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설득력 있게 제공하는 신뢰 기반의 마케팅을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전략이 궁극적으론 매출 증대로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도 회사 측은 갖고 있다. 회사의 이익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요금제를 제안받은 소비자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게 마련이다. 탄탄한 수익 기반인 장기ㆍ충성고객이 쌓이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신뢰 기반 마케팅이 자연스럽게 중장기적 수익 개선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이런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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