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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력서 사진 평가 부탁드려요"…불특정다수에게 묻는다

최종수정 2018.05.13 15:39 기사입력 2018.05.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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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 도입됐지만, 여전히 많은 민간기업들 사진 받고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제 이력서 사진 평가 부탁드립니다."
취업준비생 이모(26)씨는 최근 계속된 서류 탈락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토익 950점 이상, 학점 4.0 이상, 인턴 경험 1회 등 객관적 스펙은 나쁘지 않은데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 수 없어서다. 고민하던 이씨는 결국 이력서 사진을 다시 찍기로 결심하고 온라인 취준 사이트에 본인 사진을 업로드했다.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력서 사진을 불특정 다수에게 평가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력서 사진을 평가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취준 카페 등에 본인이 희망하는 회사 혹은 직무를 쓴 뒤 평가를 부탁한다고 쓰면 된다. 예를 들면 "은행 등 금융쪽으로 지원합니다", "영업직으로 괜찮을까요" 등으로 표현하면 된다. 회원수가 170만명 넘는 취준 카페에는 '이력서 사진 평가방'이 따로 있을 정도다.
사진이 올라가면 얼마 후 댓글이 달린다. 머리스타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웃는 사진이 더 나을지, 넥타이 색은 어떻게 바꿀지, 배경색은 어떤 색이 더 적합한지 등 여러 조언이 쏟아진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이 평가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진을 올렸다"며 "어차피 기업 관계자들도 사진을 통해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등에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많은 민간기업들이 사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528개사를 대상으로 '표준이력서 도입 및 입사지원서의 개인신상 항목'에 대해 조사한 결과 61.9%가 표준이력서 도입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표준이력서는 사진, 성별, 출신학교 등의 항목을 포함하지 않는다. 사진의 경우 기업 67.7%에서 여전히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진에 더 공을 들이는 취준생도 생겼다. 오모(27)씨는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경험 및 경력 등의 상향평준화가 일어났다"며 "민간기업 서류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만큼 사진이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나친 비용 부담이다. 이력서 사진을 찍은 뒤 수정을 하려면 추가요금을 내야 하거나, 새로운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력서 사진을 한 번 찍는 데 드는 돈은 적게는 2만원대에서 많게는 1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오씨는 "그냥 사진이면 2만원 주고 대충 찍겠지만 비싸면 비쌀수록 보정도 자연스럽게, 세세하게 잘해주기 때문에 이왕이면 더 비싼 걸 고르게 된다"며 "블라인드 채용이니 뭐니 얘기해도 사진관 예약 한 번 하려면 며칠 기다려야 할 만큼 다들 사진을 공들여 찍는다"고 얘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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