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도시재생, 해외사례에서 배우지 마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2018년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
손정원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손정원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손정원 런던대 도시계획학과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우리나라의 도시재생 수준은 이제 외국의 것을 무조건 베껴와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해외 사례의 긍정적 부정적 측면과,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특수한 정치·경제적 환경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있어야 해외 사례에서 쓸모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손정원 런던대학교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해외 도시재생 성공사례에 대한 무조건적인 답습을 우려했다. 국내에는 해외사례의 긍정적인 모습만 소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대로 베낄 것'을 찾다보니 해외사례에 대한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대표적인 사례로 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King's Cross) 재개발 사업을 소개했다. 킹스크로스는 1850년대 빅토리안 시대의 산업 중심지였으나 점차 쇠퇴해 관리되지 못해 버려진 산업 불모지로 전락했다. 1997년 중앙정부로부터 37만파운드(약 5억3500만원)를 지원 받았다. 약 27만1139㎡의 부지에 주거시설과 오피스, 쇼핑시설, 커뮤니티, 극장, 호텔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섰다.

킹스크로스 사례는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손 교수는 이 과정에서 원주민 내몰림과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 등의 부정적인 측면은 소개되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언론과 연구 기관들 대부분 킹스크로스 사례를 칭찬만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주변 민간임대주택 가격이 전보다 4배 가량 오르는 등 부작용도 심각했다"고 말했다.

킹스크로스의 '어포더블 하우스(Affordable House)'는 전체의 42%에 달한다. '어떤 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이라도 자신에게 적합한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즉 킹스크로스 주택 중 42%가 '부담 가능한 주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손 교수는 "어포더블 하우스의 정의가 '주변시세의 80% 수준 주택'이기 때문에 개발 업자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춰 이를 달성했는데 이는 사실상 분양가 규제에 따른 결과"라며 "또 이 '42%'에는 학생용 기숙사까지 포함하고 있어 엄청나게 부풀려진 수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게다가 킹스크로스 주변 집값이 크게 올랐다"며 "실제 제가 킹스크로스 주변에 살았는데 2008~2010년에는 월세가 당시 환율로 280만원 수준이었는데 2년 뒤에는 350만원 수준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2000여명의 원주민이 내몰리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심했다. 2007년에는 개발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국 패했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한국은 문제가 많다→선진국 사례는 좋다→선진국의 사례를 베껴오면 우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공식이 팽배해 있다"며 "해외사례 모니터링은 필수적이지만 '그대로 베낄 수 있는 사례는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