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팩 공장 합작사 베이징기차 친환경차 생산 기지 인근
韓 배터리 3사, 한국-유럽-중국 3각 편대 완성…중국 사업은 '동상이몽'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를 자동차용 배터리 셀 공장 후보지로 낙점하고 이르면 연내 공장 건설에 착수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도 일몰을 대비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이 검토한 모든 부지는 현지 합작사인 베이징기차의 자동차 생산 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배터리 팩뿐 아니라 셀 생산 부문에서도 베이징기차와 협력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말부터 현지 합작 법인인 BESK테크놀로지를 통해 배터리 팩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셀 제조 라인을 갖추면 한국과 유럽에 이어 세 번째 생산 시설을 보유하는 것이다. 경쟁사인 삼성SDI와 LG화학도 한국과 유럽, 중국에 배터리 셀 생산 공장을 갖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후발주자 격이었던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셀 제조 공장 건설이 가시권에 들면서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한국-유럽-중국으로 이어지는 3각 편대 완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이 잠정적으로 부지로 낙점한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 셀 공장은 배터리를 장착한 친환경차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시판까지 2~3년이 걸리는 점과 2020년 이후 중국 배터리 보조금 지원 제도 일몰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내 착공 가능성이 높다. 최근 중국에 배터리 사업과 관련한 현지 법인 '블루 드래곤 에너지'를 출범하고 864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한 것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속도를 내기 위한 SK그룹 차원의 전략적인 판단으로 읽힌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배터리 셀 제조 라인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에 이은 해외 두 번째 생산 기지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충남 서산 공장에서 생산한 셀을 공급받아 중국 내 합작사와 함께 팩을 만들어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판매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이 창저우 공장을 예정대로 완공할 경우 경쟁사인 삼성SDI와 LG화학처럼 중국에서도 배터리 제조 부문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에서 각각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와 장쑤성 난징(南京)시에 셀 공장을 운영 중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헝가리 공장을 비롯해 삼성SDI는 헝가리, LG화학은 폴란드 등 배터리 3사는 유럽에서도 일제히 생산 기지를 짓고 있다.
SK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최태원·최재원 형제가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다. 올해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미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 인사와 교류하는 등 현장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체의 도시바 인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승인 건이 최대 현안이지만 오는 2020년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행보이기도 하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3월 유럽 내 첫 단독 공장인 헝가리 공장 기공식에 직접 참석해 "머지않아 전 세계 전기차에 SK산 배터리를 공급하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를 일찌감치 그룹의 미래 숙원 사업으로 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올해까지, 7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창저우 공장이 첫 삽을 뜨기까지는 한국과 중국 정부의 승인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SK루브리컨츠 기업공개(IPO) 철회로 인한 자본 조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룹의 기조는 명확하다"면서도 "다만 셀은 배터리 핵심 기술이다 보니 양국 정부의 승인 여부가 쟁점으로 남아 있어 플랫폼(셀 공장) 구축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룹 총수가 나서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는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삼성SDI 와 LG화학 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인한 중국의 배터리 산업 보복이 이어지는 현재 상황에도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풀로 가동 중"이라며 "시황이 살아나면서 유럽 등 해외로 생산 물량을 수출하고 있어 중국이 사드로 불거진 배터리 보복을 풀면 오히려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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