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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명왕성 너머에서 지구까지 사진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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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골드스톤 DSN 기지의 지름 70m짜리 대형 안테나 모습.[사진=NASA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스톤 DSN 기지의 지름 70m짜리 대형 안테나 모습.[사진=NA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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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 2월9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태양계 끝자락에 도달한 뉴호라이즌스호(New Horizons)가 역대 우주 탐사선 가운데 가장 먼 거리에서 찍은 천체 사진을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2017년 12월5일 촬영된 이 사진은 해왕성 바깥 쪽에서 태양을 돌고 있는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 속한 별들의 모습인데 지구에서 61억2000만㎞ 거리에서 탐사선에 탑재돼 있는 망원카메라로 찍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서 촬영한 사진 기록을 가진 보이저 1호의 기록을 무려 28년 만에 경신한 것입니다.

그런데 나사가 두달이나 지나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짐작하시겠지만 너무 먼 곳에서 사진을 보내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뉴 호라이즌스호의 데이터통신을 맡고 있는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촬영된 이미지 데이터는 탐사선의 플래시메모리에 저장된 이후 전파를 통해 지구로 전송됩니다. 탐사선의 동력을 아끼기 위해 고작 12W(와트)의 전력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이 때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2kb(킬로비트)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느립니다.
초창기 전화선의 인터넷속도가 초당 56kb라고 하니 엄청나게 느린 속도 입니다. 이 때문에 이미지 1장을 전송하는데 무려 4시간이 걸렸고, 이 이미지가 지구에 도착하는데 6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10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지구로 보냈지만 지구에서 이 전파를 잡아 분석하는데 시간이 또 걸립니다.

지구에 있는 나사의 심우주네트워크(DSN·Deep Space Network) 안테나 접시가 뉴호라이즌스에서 날아오는 이 희미한 신호를 잡아 원데이터를 이용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해 공개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의 DSN안테나(왼쪽)와 호주 캔버라 인근의 70m짜리 대형 DSN안테나 모습(오른쪽). [사진=NASA 홈페이지]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의 DSN안테나(왼쪽)와 호주 캔버라 인근의 70m짜리 대형 DSN안테나 모습(오른쪽). [사진=NA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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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N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스페인 마드리드, 호주의 캔버라 근처에 설치된 거대한 위성 수신안테나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한 것입니다. 이 세 곳은 지구 경도 120도 간격으로 자리잡고 있어 지구가 자전하더라도 최소한 한 곳에서는 우주선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고 교신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골드스톤에 있는 DSN안테나는 지름 34m와 70m, 마드리드와 캔버라에는 지름 26m, 34m, 70m의 안테나가 각각 운영 중입니다. 이들 안테나는 우주와 지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노이즈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절대온도 0도(0K, -273.15℃)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DSN은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마이크로웨이브(Micro wave)라는 고주파(극초단파)를 사용합니다. 와이파이(wi-fi)나 이동통신같이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통신 방법으로는 탐사선과 연락하기가 어렵고, 통신이 가능하더라도 그 신호가 워낙 미약해 제대로 된 이미지를 얻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탐사선과의 통신은 주파수가 넓게 퍼지지 않는 대신 직진성 강한 고주파를 사용합니다.

주파수가 넓게 퍼지지 않는 고주파지만 지구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명왕성 근처에서 쏜 전파가 지구에 도달할 때쯤에는 지구 직경의 1000배 정도로 넓게 퍼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경 70m의 지상 안테나에는 약 -150㏈m 정도의 아주 미약한 신호만이 잡힙니다.

DSN은 탐사선에서 보내온 미세한 디지털 신호를 하나로 모아서 완성된 데이터 정보로 만들어 줍니다. 세 곳의 안테나에서 모은 미세한 정보를 종합해 쓸만한 정보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탐사선이 태양계 안에만 있으면 어디서든 최소한의 통신이 가능하지만 태양계를 벗어나 멀리 날아가면 통신이 끊기게 됩니다. 또, 탐사선이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는데 수개월씩 걸리기도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스톤 DSN기지에서 접시지름 70m짜리 대형 안테나를 건설하고 있는 모습.[사진=NASA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스톤 DSN기지에서 접시지름 70m짜리 대형 안테나를 건설하고 있는 모습.[사진=NA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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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된지 41년째인 보이저 1호는 지난해 9월까지 지구로부터 약 139AU 떨어져 있었습니다. 1AU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인 1억5000만㎞를 나타냅니다. ㎞로 환산하면 208억5000만㎞ 떨어져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도 36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머나먼 곳,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우주선입니다.

보이저 1호는 현재 통신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태양계를 벗어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사는 오는 2030년쯤 다시 보이저 1호와 통신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나사가 희망하는 것은 통신시스템의 발전입니다. 나사 관계자는 "지금은 우주선이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는데 수개월씩 걸리지만 조만간 '우주공간광학통신(FSO·Free space optical communication)' 시스템 검증이 완료되면 기가바이트(Gb)급의 우주 통신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구에서 통신을 주고받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속의 무선 통신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FSO시스템은 레이저 광선을 활용해 통신하는데 전파가 아닌 빛을 매개로 통신하는 광통신 시스템입니다. 대기층과 먼지, 눈과 비 등으로 빛의 전진을 막는 방해물이 많은 지구와 달리 우주공간은 비교적 빛의 전진을 막는 물질이 없어 광활한 우주에서의 통신에 유리합니다.

FSO시스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 '레이저통신릴레이실증시스템(LCRD, Laser Communications Relay Demonstration)'입니다. LCRD는 2개 지구 정지궤도 위성과 하와이에 위치한 지상 모뎀을 연결하는 시스템인데 현제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르면 내년 국제우주정거장에 탑재돼 통신 테스트를 받게 됩니다.

과학의 힘으로 보이저 1호와 다시 통신이 연결된다면, 보이저 1호가 지구로 보내는 사진은 얼마만에 받을 수 있을까요? 수 개월이 수 주 정도로만 당겨진다면 인류는 태양계 너머 더 머나먼 곳으로도 우주선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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