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490명 중 83.5%가 면접비 의무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기업이 구직자에게 면접비를 의무적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와 관련한 구직자와 기업의 온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취업준비 카페 등에는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취준생 윤모(26)씨는 "면접 보러 갈 때면 아르바이트 시간을 빼야 하는 건 물론 교통비, 의상비 등 이래저래 돈이 꽤 나간다"며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받으면 훨씬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법안을 가장 반기는 경우는 면접 때문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혹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 이들이다. 부산에 사는 이시준(28)씨는 "서울에 면접 한 번 보러 갈 때마다 드는 차비, 숙박비만 해도 10만원은 된다. 차비를 아끼려고 KTX 아닌 버스를 타거나, 숙박을 찜질방에서 해결하는 경우에도 5만원은 들어가는 게 사실"이라며 "매번 부모님에게 돈 달라고 부탁하기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이 법안이 통과돼 면접비를 받을 수 있게 되면 조금은 나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실제로 지난 2일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4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면접비 의무화'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인 부담을 덜 수 있어서'가 38.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제야 올바른 면접 문화가 형성될 것 같아서' 31.8%, '면접 결과가 좋지 않아도 위로가 될 것 같아서' 19.6%, '면접비 때문에 면접의 수준과 질이 높아질 것 같아서' 10.3% 등 순이었다. 면접비 지급 방식은 '현금 지급을 선호한다'는 의견이 83.6%로 가장 많았고 '상품권 제공' 12.5%, '계좌 입금' 3.9%였다.
이미 면접비를 주고 있는 대다수의 대기업들은 이번 법안이 통과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도에서 제조업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이들 중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는 경우도 많고, 특히 취업 시즌에는 면접만 보고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사람들이 수두룩"이라며 "의무적으로 면접비를 주게 되면 면접 보는 인원을 기존보다 확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 박모(50)씨도 "면접비를 주는 게 기업 이미지를 좋게 심어주는 하나의 방법이고, 면접을 보러 오는 구직자가 노력했던 과정을 보람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주고 싶은 마음은 크다"면서도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게 큰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미 힘들어졌는데 면접비까지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다. 차라리 합격한 사람에 한해 면접비를 주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든다"고 얘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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