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수거 거부 대란 이후 단속 더 강화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편의점주인 설진주(38)씨는 요즘 봉투 때문에 난감한 일을 겪고 있다. 설 씨는 "봉투 값 20원을 요구했다가 불만의 표시로 5만원짜리 지폐, 10만원짜리 수표까지 받아봤다"며 "봉투 값 때문이라도 늘 현금을 넉넉하게 준비해놓고 있어야 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어떤 손님은 봉투를 달라고 하길래 20원을 달라고 했더니 카운터에 올려놓은 물건을 안 사겠다며 그냥 나가버렸다"고 덧붙였다.
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울며 겨자먹기'로 봉투 값을 받는 편의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활용품 수거 대란' 이후 편의점에서 공짜 봉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편의점을 대상으로 비닐봉투 무료 제공 단속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편의점을 신고해 포상금을 챙기는 이른바 '봉파라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A편의점 전체 매장의 비닐봉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편의점 B사의 판매량도 4.9배 증가했다.
다만 현행법상 33㎡(10평) 이하 매장에선 비닐 봉투를 무상 제공할 수 있다. B5 사이즈보다 작은 봉투 역시 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편의점의 매장 면적이나 봉투 크기는 이를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들도 '환경부담금' 명목으로 장당 20원씩 봉투 값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봉투는 '공짜'라고 인식하던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심해 현장에서 온갖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의 불만도 크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동네 소규모 마트나 슈퍼마켓 등에선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주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이중환(62)씨는 "동네 어르신들은 소주 한 병을 사도 비닐봉투를 달라고 하는데 제도 홍보가 부족해 편의점이 봉투 값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편의점주 민지영(45)씨도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에 있는 동네 편의점 점주의 경우 워낙 반발이 심해 매번 실랑이를 할 바엔 걸려서 과태료를 내더라도 아직까지 봉투를 무상으로 주는 곳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대형마트의 경우 정부와 협약을 맺고 2010년부터 종량제 봉투와 종이 봉투만 팔고 있는 상황. 검정색 비닐봉투 외에도 마트에서 자주 눈에 띄는 두루마리 형태의 투명 비닐봉투도 법률상 사용이 제한된다. 생선, 정육, 채소 등 겉면에 수분이 있는 제품을 담기 위한 목적이 아니면 투명 비닐봉투도 원칙적으로 돈을 받아야 한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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