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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새로운 부족' 시대와 주거복지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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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사장

손종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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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이라면 '한지붕 세가족'이라는 TV 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과거 도시지역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잘 보여준 드라마다. 그 당시만 해도 한 집에 집주인과 더불어 한두 가구가 세를 들어 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한 만성적 주택 부족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 주택문화의 단면이었다. 이런 만성적인 주택 수급 불균형은 잦은 임대료 앙등 현상을 낳았고, 세입자들은 매년 오르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산업화 시기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로 절대적 물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995년 957만가구였던 주택 수는 20년이 지난 2016년에는 1955만가구로 늘어났다. 주택보급률은 2008년도에 100%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의 빈집 수가 약 120만가구로 조사돼 '한지붕 세가족'은 이제 옛말이 됐다.
주택 물량 증가에 따라 전체적인 수급 불균형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자 이제는 저소득 취약계층을 비롯한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 가격의 품질 좋은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대두됐다. 이른바 '새로운 부족(new shortage)'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사례를 보면 주택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는 양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가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자연스레 주거의 질, 즉 실질적이고 보편적인 주거복지 향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이에 따라 대부분 선진국은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보편적 주거복지 문제는 단순히 복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도 실증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을 지낸 에드워드 그렘리치 교수는 2000년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된 주택시장 과열 현상이 서민들을 위한 적정 가격의 임대주택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정부는 주거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책은 모든 국민이 양질의 보편적 주거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임대주택 수요의 질적 변화를 발 빠르게 포착해 구체적 정책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주거복지 로드맵이 성공적 결과를 낳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긴요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역할 역시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주택 건설의 물량 확대를 지원하는 분양보증 위주의 사업구조를 벗어나 이제는 임대주택ㆍ도시재생과 관련된 각종 출자ㆍ융자와 보증사업을 전략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공공성이 강화된 민간임대주택리츠를 지원하고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세금반환보증을 운영하는 등 최근 시행된 각종 사업들이 이런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주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거기에 사는 사람이 목적인 시대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안목이 있는 기업가라면 주택 수요와 주거복지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한지붕 세가족 이야기는 이젠 옛말이 됐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부족'의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 '신(新) 한지붕 세가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주거ㆍ취업ㆍ재활ㆍ돌봄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주거복지가 제공되는 임대주택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한지붕 세가족을 그려본다.

손종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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