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기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로 절대적 물량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급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1995년 957만가구였던 주택 수는 20년이 지난 2016년에는 1955만가구로 늘어났다. 주택보급률은 2008년도에 100%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의 빈집 수가 약 120만가구로 조사돼 '한지붕 세가족'은 이제 옛말이 됐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사례를 보면 주택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는 양적인 수급 불균형 해소가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자연스레 주거의 질, 즉 실질적이고 보편적인 주거복지 향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이에 따라 대부분 선진국은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보편적 주거복지 문제는 단순히 복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도 실증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을 지낸 에드워드 그렘리치 교수는 2000년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관련된 주택시장 과열 현상이 서민들을 위한 적정 가격의 임대주택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정부는 주거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거복지 정책을 비롯해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적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정책은 모든 국민이 양질의 보편적 주거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임대주택 수요의 질적 변화를 발 빠르게 포착해 구체적 정책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는 주택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거기에 사는 사람이 목적인 시대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안목이 있는 기업가라면 주택 수요와 주거복지 패러다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한지붕 세가족 이야기는 이젠 옛말이 됐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부족'의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 '신(新) 한지붕 세가족'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주거ㆍ취업ㆍ재활ㆍ돌봄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결합된 통합 주거복지가 제공되는 임대주택에서 이웃들과 더불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한지붕 세가족을 그려본다.
손종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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