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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적폐청산의 부메랑에 빠진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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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드루킹 사태에 더 이상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정면 돌파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는 김 의원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여권의 다급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불출마를 고민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여권의 친문(친문재인) 진영에서 김 의원을 적극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출마 선언이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을 앞세운 낙동강 라인(부산ㆍ울산ㆍ경남)의 선거축이 무너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면 돌파를 선택한 고민은 이해가 간다. 김 의원이 불출마를 선택한들 야권은 집요하게 드루킹 사건을 물고 늘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6.13 지방선거'의 쟁점은 드루킹 사태로 옮겨 붙었다. 검ㆍ경의 수사결과와 상관없이 여야의 공방전은 가열될 전망이다. 여권의 딜레마다.

드루킹 사태는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의 덫에 오히려 걸려들었다는 역설을 낳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후폭풍으로 시민들은 촛불을 들어올렸다. 문재인 정부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 정부의 첫걸음은 적폐청산부터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부작용이 나오기는 했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자신들이 깔아놓은 적폐청산 프레임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가 그 신호탄이었다. 여권은 김 전 원장에 대한 야권과 보수언론의 공세를 개혁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했다. 그 인식을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였다.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에 대해 국민은 기존 정권과 다른 도덕적 잣대를 요구했다. 여권이 간과한 점이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칼끝은 김 전 원장이 과거에 강조했던 '원칙'으로 향했다. 김 전원장의 친정인 참여연대는 물론이고 여권에 우호적인 정의당마저 등을 돌렸다.

청와대와 김 전 원장은 이런 기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임명철회나 자신 사퇴의 시기를 놓쳤다. 청와대나 김 전 원장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도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과 맞닿아 있다. 대법원은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사건의 일부가 마무리된 것이다.

드루킹 사건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선거 댓글에 동원된 것과는 맥을 달리한다. 하지만 여권의 불법적인 자금지원이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봐야 하지만 일말의 개연성이 드러나면 그 후폭풍은 짐작하기가 어렵다. 김 전 원장에 이어 적폐청산의 상징 중 하나인 댓글 조작 사건의 늪에 빠져든 상황 자체가 현재 여권의 딜레마다.

여권이 자유한국당에서 제기하는 특검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김 전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특검 요구와 관련해 국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쟁점으로 비화된 드루킹 사건. 여권이 김 의원의 출마를 종용한 것처럼 특검을 전격적으로 수용하는 정면 돌파를 다시 시도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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