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 주부 이연희씨(34)는 마트에서 계란 가격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작년 봄만 해도 계란 코너에 가서 가격표만 구경하고 그나마 제일 저렴한 15개들이 계란 하나만 카트에 담았는데, 요즘엔 계란 한판 가격이 작년 15개 가격과 맞먹을 수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 씨는 "프랜차이즈 커피 한잔에 5000원씩 하는데 계란 한판 가격이 그것보다 싸다"며 "물가가 몽땅 오르는 와중에도 떨어지는 상품도 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선뜻 손이 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졌다고 판매량이 더 오른 것도 아니다. 이마트가 이달 10일부터 16일까지 계란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42.3% 하락했다. 이마트 측은 계란 구매 고객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변함이 없는 수준으로 판매된 양 역시 작년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살충제 계란 파동에 불신도 계란이 안 팔리는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당시 식품안전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공분을 산 바 있다. 실제로 식약처가 살충제 계란 파동 때 계란 잔류농약 전수검사 결과 기준위반 농가 52곳 중에서 해썹 인증을 받은 곳이 28곳에 달했다.
양계농가도 시름에 빠졌다. 신선도 높은 계란이 1주일치씩 재고가 쌓이는데다 적정 기간이 지나면 폐기해야해 손해를 입을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AI로 전체 산란계의 36%, 2500만 마리 정도가 살처분 됐는데, AI가 잠잠해지자 양계농가들이 일제히 다시 키우기 시작해 현재는 적정 수준보다 1000만 마리 정도 많은 걸로 추정된다"며 "이러다보니 계란 값은 1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특란 30개 기준 소매가격은 2009년 4월 5224원을 찍은 이후, 지난해 4월 7635원으로 가장 높이 올랐다가 올해 4월 41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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