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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항공기 이·착륙의 비밀

최종수정 2018.04.17 14:45 기사입력 2018.04.17 06:30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전투기 조종사.함재기 조종사들이 이착륙 때 받는 신체적 충격과 스트레스는 극심합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전투기 조종사.함재기 조종사들이 이착륙 때 받는 신체적 충격과 스트레스는 극심합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항공기가 이·착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이륙할 때는 날아오를 수 있는 양력(揚力·lift)을 얻기 위해서, 착륙한 뒤에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주행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활주로가 너무 짧으면 어떻게 될까요?

대형 항공기인 A380이 김해공항에 취항하지 못했던 이유는 활주로가 짧아서입니다. A380처럼 큰 항공기는 시속 350㎞는 나와야 양력을 얻어 이륙할 수 있습니다. A380의 이륙거리는 최대중량을 싣고 2900m인데 이 정도 거리는 달려야 시속 350㎞의 속도가 나온다는 말입니다.

김해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743m와 3200m 두 곳입니다. 3200m는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나머지 300m로는 너무 여유가 없습니다.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이륙거리가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짧은 활주로가 3750m, 긴 활주로는 4000m입니다.

이처럼 대형 항공기들이 이륙하기 위해서는 최소 2000m 가량의 활주로가 필요합니다. 덩치가 작은 전투기도 이륙을 위해서는 400~600m의 활주로가 필요하고, 이 보다 덩치가 큰 전폭기는 1000m 이상은 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활주로 길이가 100여m에 불과한 항공모함에서 기동하는 함재기들은 어떻게 이륙할까요?
항공모함 사출기에서 쏘아 올려지기를 기다리는 함재기.[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항공모함 사출기에서 쏘아 올려지기를 기다리는 함재기.[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비밀은 사출기(射出機·catapult)에 있습니다. 사출기는 글자 그대로 쏘아올리는 기계입니다. 고전영화의 전쟁장면에 흔히 등장하는 투석기나, 장난감 새총의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거대한 투석기나 새총에 전투기를 걸고 하늘로 쏘아 올리는 장면을 상상하면 됩니다. 전투기가 항공모함의 바닥에 장치된 사출기에 발목을 잡힌 상태에서 최대 출력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사출기가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전투기를 새총 쏘듯 쏘아 올리는 겁니다. 특히 핵항공모함의 사출기는 순간적으로 조종사에게 5G 정도의 엄청난 중력가속을 가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니미츠급 항공모함에 장비된 사출기의 경우 중량 35.4톤(t)의 항공기를 94.5m안에서 시속 255㎞까지 가속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조지 워싱턴호의 경우 2초 만에 300㎞의 속도로 가속해 공중으로 내던집니다. 전투기의 2배 이상 큰 덩치의 전폭기도 사출기의 힘으로 하늘로 던져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어려운 것은 이륙이 아닌 착륙입니다.

함재기 조종사들은 항공모함에 착륙할 때 다소 거칠게 착륙합니다. 이른바 '펌 랜딩(Firm Landing)'입니다. 펌 랜딩은 함재기 뿐 아니라 일반 여객기도 자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착륙할 때 뒷바람이 불거나 비가 많이 와서 활주로가 젖은 상태일 경우 보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쿵'하고 내려 앉듯이 착륙하는 방법입니다.

일반 여객기는 기상에 따라 펌 랜딩할 수 있지만 함재기 조종사들은 항상 펌 랜딩해야 합니다. 게다가 최고 출력을 유지한 상태로 펌 랜딩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항공모함의 착륙거리는 100m 정도입니다. 100m 안에서 멈춰야 하기 때문에 펌 랜딩으로 항공기가 내리면 즉시 발목을 붙잡아 줘야 합니다. 이 때 사용되는 장치가 '어레스팅 케이블(arresting cable)' 또는 '어레스터 와이어(arrestor wire)'라고 합니다.
중국의 항공모함 산둥호에서 스키점프대형 활주로를 통해 이륙 중인 전투기.[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중국의 항공모함 산둥호에서 스키점프대형 활주로를 통해 이륙 중인 전투기.[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어레스터 와이어는 비행갑판 위에 3~4개를 가로로 설치해 놓고 전투기의 '어레스팅 후크(Arresting hook)'라는 갈고리에 걸리면 전투기를 와이어가 잡아 당겨 멈추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전투기가 최대 출력으로 펌 랜딩을 시도하는 이유는 이 어레스터 와이어에 어레스팅 후크가 걸리지 않으면 다시 이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함재기 조종사들은 이·착륙 때 받는 신체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합니다. 700~1000회 정도 착륙한 경력을 가진 항모강습단장(준장 또는 소장) 가운데 일부는 신체가 받는 척추 충격손상으로 키가 2~3㎝ 정도 작아졌다고 합니다.

사출기나 어레스터 와이어가 없는 항공모함은 단거리 이륙(Short Take-off)이나 수직 착륙(Vertical Landing)이 가능한 함재기를 배치하거나, 활주로 끝이 하늘을 향한 스키점프대 형태의 활주로를 사용합니다. 중국의 신형 항공모함인 '산둥호'가 대표적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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