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식별화 개인정보 상업적 활용 반대에 규제 암초
EU도 책임 강화 및 활용 장려…"정부 역할은 문 열어두되 잘 감시하는 것"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토교통부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집을 구하는 이용자들에게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던 A스타트업 대표 정주택(가명ㆍ35)씨는 최근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부동산중개업자 연락처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갑자기 비공개 처리된 것이다. 정 씨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돼 비공개 처리했다"는 답만 돌아왔다. 정 씨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부동산중개업체 연락처를 비공개한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공공데이터 개방 지수가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규제에 막힌 '21세기 석유' 빅데이터= 빅데이터 규제의 핵심은 개인식별로 요약된다. 2016년 정부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개인의 신변을 식별할 수 없는 정보에 대한 활용을 권장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신용정보법 등이 개인정보 사용을 차단하면서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빅데이터 스타트업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어떤 비식별화 정보를 활용할 경우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어떤 정보를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그렇다고 설명한 부분만 제외하고 자유롭게 활용하라는 네거티브 규제라고 볼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차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비식별화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법정에 설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할 정도였다.
◆활용은 허용하되 강력한 책임 물어야= 비식별 정보란 주민등록번호처럼 특정인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데이터로 빅데이터의 원천이 된다. 유럽연합(EU)은 빅데이터 활용을 장려하면서도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을 다음달 시행한다. ▲개인의 열람권, 정정권 등 권리 확대 ▲정보보안책임자 의무 임명 ▲유전정보, 바이오정보 등 개인정보 정의 확대 등이 담긴 이 법은 비식별화 정보의 일종인 가명정보(실명을 삭제한 정보)에 대한 상업적ㆍ공익적 이용을 허용한다. 다만 기업이 보유한 개인정보라도 모든 권리는 개인에게 있다. 불법적인 활용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의 전 세계 연간 매출 4% 또는 2000만유로(265억원)에 달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한다.
이 부소장은 "일본도 비식별화 정보를 모아서 개인 신원을 확인하는 행위는 처벌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은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 문을 열어두되 정보유출 및 관리 부실과 같은 일탈행위를 철저하게 감시하고 처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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