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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②원전해체, 기술보다 사람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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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은 거대한 반원기둥형 강철 차폐막(오른쪽 반원기둥형 구조물)으로 건물 전체를 덮었습니다. 향후 100년간은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체르노빌 원전은 거대한 반원기둥형 강철 차폐막(오른쪽 반원기둥형 구조물)으로 건물 전체를 덮었습니다. 향후 100년간은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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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원전해체(Nuclear Decommissioning)' 경험이 있는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세 나라 정도입니다. 이들 나라 가운데 원전해체 시장의 선두주자는 미국입니다. 미국은 이미 15기의 원전을 해체 완료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 세 나라는 원전 해체를 위한 핵심기술인 해체준비 8개, 제염 5개, 절단 7개, 폐기물처리 12개, 환경복원 6개 등 모두 38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 해체기술 38개 가운데 17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1년까지 미확보 21개 기술을 완성하고, 2050년까지 세계 해체시장의 점유율을 10%로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한전기술 등에 따르면, 향후 세계 원전해체 시장은 급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세계적으로 가동연수가 30년 이상인 노후원전은 288기로 전체 가동 원전의 64.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은 2020년대 접어들면 해체 수순을 밟아야 하는 만큼 2020년 이후 세계 원전해체 시장규모는 440조원으로 추산됩니다.

국내 원전해체 시장규모는 19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초기(2017년~2021년)에는 연간 430억원, 성숙기(2029년~2040년)에는 10기가 동시에 해체작업에 들어가면서 연간 4920억~5820억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2070년~2075년 사이에는 해체 물량이 없지만 신고리 3·4호기 이후 원전이 해체되는 후기(2079년~2090년)에는 연간 1788억원의 시장이 다시 형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원전해체 핵심기술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전건설 기술에서는 앞섰지만 원전해체 기술에서는 뒤처져 있습니다.

기술은 정부의 의지도 있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으니 차츰 익히면 되겠지요. 그러나 원전해체의 가장 큰 난관은 기술도, 비용도 아닌,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설치 문제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인근 마을에서 제염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인근 마을에서 제염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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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제염을 해도 방사능이 없어지지 않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원자로입니다. 그래서 원자로는 오염이 너무 심해 고스란히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110만kW급 원전 1기를 철거하면 폐기물이 50~55만t 가량 나오는데 그 가운데 6000t 가량이 방사성폐기물입니다. 원자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저준위 폐기물이어서 '경주방폐장'으로 보내면 되지만 고준위폐기물은 저장할 장소가 없는 것이지요.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고리 1호기는 시설용량 58.7만kW입니다. 해체할 경우 단순계산으로도 3000t 가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나옵니다. 고리 2호기와 월성 1호, 고리 3호기 등도 수명 연한이 다가옵니다. 정부는 고리 1호기에서 나온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을 우선 고리 2~4호기 나눠 저장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이 시설들도 포화상태가 됩니다. 2024년 이후에는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원전 3기를 해체한 독일도 별도의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시설을 만들지 못해 일단 원전 부지 인근에 저장하고 있고, 일본은 폐기물 처분 장소 선정 문제로 1998년 영구정지한 도카이 1호기 폐로를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유치 신청을 했지만 2년간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와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부안과 경주 방폐장의 경험에서 비춰보면, 폐기물 처리 장소를 정하지 못해 고리 1호기의 해체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위한 '동남권원전해체센터'를 설치한다고 하니 부산시, 경남도, 경주시, 울산시 울주군, 경북도 등 무려 5개 지자체가 유치를 신청했습니다. 유치위원회와 서명운동을 펼치면서 정부에 부지제공 등 혜택을 제안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일본 동북지방의 마을을 덮치는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쓰나미가 일본 동북지방의 마을을 덮치는 모습.[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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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자체에 고준위방폐장과 동남권원전해체센터를 한 묶음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 어떨까요? 연구개발(R&D)센터는 좋지만 혐오시설은 안된다는 '님비(NIMBY)'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원전을 해체한 곳에 고준위방폐장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나름 설득력을 얻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고리 1호기는 시작입니다. 원전해체는 영구정지-해체준비-제염-절단·절거-폐기물처리-환경복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만 결정된 상태일 뿐입니다. 고리 1호기가 하루라도 빨리 해체되기 위해선 그 보다 먼저 고준위방폐장 설치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미국의 란초세코 원전은 해체 이후 주민들이 원전 부지 주변에 캠핑을 갈 정도로 안전하다고 합니다. 고리 원전 주변으로 주민들이 캠핑갈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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