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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이 예술이 된다"…코리아나미술관 '히든 워커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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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이 예술이 된다"…코리아나미술관 '히든 워커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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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수습기자] “나는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요리하기 등을 하고 있다. 또한 나는 예술을 한다. 이제 나의 일은 미술 작업이 될 것이다.”
개관 15주년 기획전 ‘히든 워커스(Hidden Workers)’를 열고 있는 서울 강남의 코리아나미술관이 내놓은 미국 출신 행위미술가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의 작품은 이 같은 선언에 기초한다. 유켈리스는 결혼과 출산 이후 매일 계속되는 가정의 ‘유지관리’ 일에 밀려 예술 활동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메인터넌스 예술을 위한 선언문 1969!’를 발표했다.

선언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실제 미술관에서 실내와 실외 바닥을 청소하는 퍼포먼스 ‘하트포트 워시: 닦기/자국/메인터넌스’로 구현된다. 미술관에 물을 뿌리고 걸레질을 하는 유켈리스의 퍼포먼스가 내포한 의미는 두 가지다. 사적 영역에만 존재하던 여성의 ‘유지관리’ 노동을 미술관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가시화했고 미술관이라는 무결점의 제도 혹은 환경 이면에 숨은 노동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히든 워커스는 이렇듯 여성의 ‘숨겨진 일’에 대해 조명한다. 집안일과 육아, 감정 노동 등 여성의 일은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요소이나, 공적 영역인 노동시장에서 이뤄지는 생산적인 활동과 비교해 부차적이고 가치 없는 일로 간주된다. 이번 전시에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대예술가의 시선으로 사회구조 내 여성의 노동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풀어낸 작품들이 소개된다. 작가들은 때로는 당사자의 시선으로, 때로는 관찰자 혹은 스토리텔러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사노동이 예술이 된다"…코리아나미술관 '히든 워커스'展 원본보기 아이콘


전시에서 여성 노동의 비가시성은 가사와 육아에서 서비스 노동까지 확장된다. 국내 작가 임윤경과 김정은은 각각 아이돌보미, 손톱관리사로 일한 경험을 작품에 녹여 이를 표현한다.

임윤경 작가의 ‘너에게 보내는 편지’는 육아를 다른 시선에서 접근하고 있다. 작가는 미국 유학시절 노동시장에 진출한 여성들을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국적의 돌보미들이 본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0~3세 아이들에게 10년 후 영상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작품을 기획했다. 여성의 사회진출 이면에는 다른 여성의 서비스 노동 혹은 육아 아웃소싱이 뒷받침돼야 함을 아이돌보미들의 입을 통해 암시한다. 사회적 맥락 안에서 관습화된 역할과 관계를 해체하고 재구성을 시도하는 작가의 특성도 작품에 묻어 나온다.

김정은 작가는 ‘네일 레이디’를 통해 뉴욕에서 활동하던 시기 손톱관리사로 일한 경험을 끌어온다. 고객 대 서비스 제공자라는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드러낼 수 없었던 단골에 대한 판단과 감정이 글에 담겼다. 김 작가는 “(감정노동자의) 제약받은 감정 표현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시장 한켠에는 체험공간도 조성돼 있다. 중앙에는 ‘독박육아’, ‘값진 서비스 값싼 대우’,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잖아’와 같은 문구가 적힌 나무 탁자가 놓여 있다. 전시 기획 과정에서 실제 참고한 책들이 전시된 리딩존도 마련됐다.




김지희 수습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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