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지 100일 가까이 됐지만 곳곳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유통업을 중심으로 경영 차질, 고용 감소, 물가 인상 등 최저임금발(發) 쇼크가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영난이 지속될 경우 해고나 폐업 등으로 사업주가 실업급여를 받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1년 전보다 8.4%(3만5000명) 증가한 4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가장 많다. 실업급여 지급액도 519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여겨졌던 대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고용주들이 인건비 상승에 대해 근무시간 단축이나 고용 축소로 대응하면서 일할 기회가 줄어들고 업무강도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들은 손님이 적은 시간대를 중심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고,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도 24시간 영업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업종의 주 고용층이 청년임을 감안하면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아직은 초기 단계로 고용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을 직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시행 초기 단계여서 부작용만 두드러질 뿐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자의 생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문제는 정부의 대책 및 사회적인 공감대가 아직까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정착되는데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라 언급하면서 단기적인 부작용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었다.
전문가들은 소득계층 간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과도한 인상 속도에 따른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최저임금 영향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음식ㆍ숙박업, 학교시설관리 등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일자리가 20만여개 줄었다"며 "추가적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며, 산입범위 조정ㆍ지역별 차등화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정부는 최저임금과 그에 따른 고용악화에 대한 해법을 시급히 내놔야 한다"고 꼬집었다. 남 지사는 "이른바 '을끼리 전쟁'이 시작됐다고 한다. 영세업자와 근로자, 아르바이트생의 눈물겨운 현실을 빗댄 표현이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가족 같이 공생하던 모습이 사라졌다는 말"이라며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되면 고용악화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최저임금과 관련, 정부에서는 하나하나 셀로 나눠서 분석해서 국민께 알려야한다"며 "최저임금을 또 올리면 큰일 난다. 최저임금을 통결하고, 최저임금산입범위를 국회와 정부가 해결해서 600만 소상공인들께 희망을 꼭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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