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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00일]르포-배달비 月100만원 추가 부담…"밥값보다 더 나오는 야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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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업체 1건당 배달료 3500원
배달전문음식점 메뉴값 인상 대신 추가 배달요금 받아
소비자들은 배달야식 줄여

[최저임금 100일]르포-배달비 月100만원 추가 부담…"밥값보다 더 나오는 야식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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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봄비가 부슬부슬 내린 8일 저녁. 서울 양천구 중국집들은 전화통에 불이났다. 전날부터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에 비까지 흩뿌리면서 식재료가 떨어진 가정에서 일제히 중국 음식을 배달시키면서다. 자장면과 짬뽕의 특성상 배달 시간이 길어지면 면발이 불어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신속 배달이 생명. 중화루 사장 김영식(54)씨는 이날도 2명의 직원이 배달에서 돌아오지 않자 배달 대행을 불렀다. 김씨는 "(배달대행업체를)한번 부를 때마다 3500원"이라며 "주말에는 주문이 한꺼번에 밀려 들기 때문에 가끔 이용하지만 배달 직원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부르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달 10일이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인상된 지 100일이 된다. 1인 가구 증가와 배달앱 확산으로 지난 수년간 전성시대를 누리던 배달 음식점들은 치솟는 재료값과 배달 인건비 부담으로 수익이 줄어 "먹고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배달음식점의 경우 매장 임대료 부담에 배달앱에 떼어주는 수수료와 카드수수료, 배달직원 인건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배달직원들의 인건비를 대폭 올려주면서 마진이 대폭 줄었다. 서울 양천구 한 닭발 배달 전문업체 사장 최모씨(34)의 경우 매일 2명의 배달직원을 두고 일하는데 올해 인건비만 매달 700만원을 지출했다. 지난해보다 100만원 가량 더 쓴 것이다. 최씨는 "배달직은 업무가 고되기 때문에 홀 종업원보다 인건비가 더 비싸다"면서 "마진에서 100만원이 고스란히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 인건비를 보전하기 위해선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주문이 줄어들까 망설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서울 일부지역과 경기도 등에선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먼 지역의 경우 추가 배달료를 받고있다. 하지만 추가로 배달료를 내고 음식을 시켜먹는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주문을 줄이는 상황.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민지(38·)씨는 맞벌이인 탓에 주말마다 배달음식을 즐겨 먹었지만, 최근엔 집근처 식당에서 포장해 직접 집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잦아졌다.인근 배달음식점들이 일제히 매번 1000원의 배달비를 요구하면서 부담은 느낀 탓이다. 김씨는 "피자부터 삼겹살까지 추가 배달요금 100원을 안받는 곳에 없다"면서 "요즘같이 물가가 모두 올라 생활비가 훨씬 늘어났기 때문에 1000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고 말했다.

추가 배달 요금도 천차 만별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수년째 메뉴가격이 동결되면서 올해부터 가맹점들이 추가 배달료로 최저임금 인상의 돌파구를 찾고있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어 가격은 제각각이다. 같은 브랜드지만 추가 배달료가 최소 1000원부터 최대 3000원까지 올린 곳도 있다. 음료·치킨무·배달 등 서비스를 줄인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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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맹본부가 배달주문의 경우 배달료를 따로 받겠다고 공석 선언하기도 했다. 교촌치킨은 다음 달 1일부터 배달 주문 고객에게 배달료 2000원을 추가로 받는다는 방침이다. 교촌치킨 측은 “최저임금뿐 아니라 배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수수료 부담 등 배달 서비스 운용 비용이 상승해 부득이하게 유료 배달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치킨은 대부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사실상 가격 인상이 아니냐고 꼬집는다. 인천시 서구에 거주하는 이은영(55·여)씨는 "정부에서 치킨 가격을 못올리게 하니까 배달비를 올리는 꼼수 인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은 추가 배달료 발표 이후부터 배달주문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우 최근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대부분의 메뉴가격이 1만8000원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제품이 아직 1만5000원"이라며 "배달요금까지 가맹점에서 모두 부담할 경우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매출액 기준 치킨업계 선두인 교촌치킨이 총대를 메면서 비슷한 운영방식을 가진 다른 업체들도 잇달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직접 가격 인상을 단행하거나 교촌치킨처럼 배달비 등의 명목으로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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