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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cene One Story]오리엔트 특급 또는 리스본행 야간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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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한 장면.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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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삶을 은유한다. 인간은 자신이 종사하는 일이 들이닥치는 운명을 반영하거나 설명한다고 믿으려 든다. 우리가 매일 보는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자는 승부의 갈림길이 될 만한 장면마다 추임새를 빠뜨리지 않는다. "야구는 이렇게 우리 인생과 흡사합니다."

그러니 사람을 먼 곳까지 실어 나르는 기차에 어찌 인생의 비의가 담기지 않으리. 이스탄불에서 부쿠레슈티, 부다페스트, 빈, 뮌헨, 스트라스부르를 거쳐 파리에 이르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한밤에 벌어진 살인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므슈 부크(Bouc)'는 국제 침대차 회사의 중역으로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의 친구이기도 하다. 특급 열차의 식당칸에 푸아로와 마주앉은 부크가 푸념한다. "아! 내게 발자크 같은 글재주가 있다면 이 장면을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을 텐데." 푸아로가 장단을 맞추자 그가 말한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계급과 국적과 나이가 다 다르죠.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사흘 동안 함께 지내게 된 겁니다. 한 지붕 아래서 먹고 자고,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날이 되면 각자의 길로 가서 다시는 서로 만날 수 없을 겁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신영희 번역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스위스 사람 파스칼 메르시어가 쓴 동명 소설(Nachtzug nach Lissabon)이 원작이다. 명배우 제러미 아이언스가 출연한 뛰어난 영화지만 인생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소설은 영화를 압도한다.
여기서 야간열차는 운명이다. 운명은 주인공 그레고리우스를 리스본으로, 그리고 다시 베른으로 실어나른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인생을, 그 여정을 은유한다. 메르시어는 실제 이름이 페터 비에리, 베른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에서 학위를 받고 마르부르크대학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철학교수로 일해왔다.

그는 독백하듯 써내려간다. "움직이는 기차에서처럼, 내 안에 사는 나." 전은경의 번역으로 책을 낸 들녘의 소개글도 훌륭하다. "여행은 길지만 언젠가는 끝난다. 그것을 온전히 선택할 수 없다는 데에 존재의 아픔이 있다." 다음의 프레이즈는 인생 그 자체를 설명한다.

"내가 원해서 탄 기차가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아직 목적지조차 모른다. 먼 옛날 언젠가 이 기차 칸에서 잠이 깼고, 바퀴 소리를 들었다. …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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