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北美회담 실패시 한반도 긴장↑"

"북한 비핵화 발언 진심이라고 믿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

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석좌가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된다고 해도,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히려 회담에서 양측의 의견 차이만 확인할 경우 지난해보다 더 급격한 긴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정 박 한국석좌는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아예 철수하지 않는 이상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를 공식화 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이 진심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것을 보면, 이제 김 위원장은 세계 정상급들과 직접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며 "만약 회담이 부정적으로 흐른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 보좌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지난해와 같은 군사적 긴장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박 한국 석좌는 "북한, 미국의 정상이 모두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이루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물러나지 않았다며 군사적 옵션을 정당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나치게 잘 어울릴 경우에도 결과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해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을 돌려주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맞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성과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뜻을 함께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ICBM 중단에만 합의하고,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손을 놓아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해 손을 떼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 그리고 동맹국들은 북한에 대해 손을 못 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나리오다.

또 박 한국석좌는 김 위원장이 최근 외교에 자신감을 가진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제재를 관리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부분을 확실히 알고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은 이제 '코리아 패싱' 우려는 완벽하게 불식됐고, 운전석에 앉아있는 모양새긴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의 만남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 한국석좌는 "북한이 중국과의 만남은 에피타이저, 메인코스는 북미회담이라고 한다면 한국과의 만남은 그 가운데에 있는 형태 정도로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 한국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를 북미회담에 끌어들인 것은 한국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을 확률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 미국, 일본과 무역전쟁을 하면서 정치적으로도 대북정책에 협조하길 바란다"며 "한국은 내부적인 이슈가 외교와 충돌해 오리무중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한국석좌는 콜게이트대학을 졸업한 뒤 2006년 컬럼비아대에서 미국 역사로 박사를 취득했다. 헌터 칼리지 겸임교수를 거친 뒤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에서 동아시아 담당 선임분석관을 지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