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VR+스마트폰 모델서 안경형 모델 개발 중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우연히 시작하게 된 연구였는데, 이제는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조 리더는 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각장애인이라면 까만 선글라스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아무것도 못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잔존시력이 있는 저시력장애인의 시력을 교정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C랩이라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1년 간 현업에서 배제 돼 과제를 진행하고 사업화 결정이 되면 스타트업으로 독립해 창업한다. 현재까지 195개의 아이디어를 발굴ㆍ육성하고 있으며, 32개의 스타트업이 창업했다.
이에 이들은 저렴한 시각보조기기를 개발한다는 큰 목표를 세웠고,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비교적 가격이 싼 VR기기 '기어VR'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이 개발한 것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 '릴루미노'는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기어VR의 광학렌즈를 활용해 실제 사물을 저시력자도 볼 수 있는 가상 이미지로 바꿔준다. 또 릴루미노는 컬러필터를 활용해 색상ㆍ테두리 대비를 크게 강조, 시각장애인의 시력을 회복해준다.
개발 과정에서의 가장 큰 난관은 릴루미노를 테스트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들은 릴루미노에서 어떤 점을 개선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험 버전을 들고 사회복지관에 찾아다니며 테스트를 하거나, 아예 고도 근시 안경을 쓰고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수차례 기능 개선을 거친 이후 중앙대학교 병원과 7개월 간 공동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 최대 교정 시력이 0.1이던 저시력자가 0.8까지 개선되는 의학적 효과를 검증했다. 이 과정에서 암점에 이상이 생겨 대상의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암점이동모드'도 개발, 지난 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안과학회에서 보고되기도 했다.
릴루미노 앱은 삼성전자 갤럭시S8 이후 스마트폰과 기어 V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의 다음 과제는 안경형 제품이다. VR 기기의 특성상 사용 범위가 실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두 번째 과제도 C랩으로 선정, 2년 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조 리더는 "맹학교에서 한 학생이 릴루미노를 사용한 뒤 '일반인의 시선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말에 큰 사명감과 무게감을 느낀다"며 "일반 안경처럼 보이는 타입을 개발해 시각장애인들이 밖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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