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 시기 조절 vs 싼 인건비로 기업 유지하는 시대 갔다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갔다. 최저임금 인상액이 역대 최대였던 올해 ‘최저임금 쇼크’의 여파가 거센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도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을 유지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내년도 최저임금도 최소 15% 이상 인상해야 한다. 당초 정부는 2020년 까지 매년 15.7%를 올리겠다고 했고 올해는 목표치를 초과한 16.4%의 인상률을 발표했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정부가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만약 15% 인상 가정 시 내년 최저임금은 1129원 오른 약 8659원이다.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올해 대폭 상된 최저임금의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여전한데다 물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담과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영향은 고용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서 2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10만명대에 그쳤다. 정부는 설 연휴와 기저효과 등으로 수치가 다소 부진하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일자리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터치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노동자 약 47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1만원대 목표 달성 시기를 보다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달성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사업주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편법으로 회피하거나 상여금이나 수당을 월별로 나눠 기본급화 시키는 꼼수까지 나타나고 있어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리기보다는 관련 제도개선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최저임금을 2년을 주기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최저임금 결정 주기를 2년에 한 번으로 바꿔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분석 시간을 확보하고 결정해 신중을 기하고자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0년 1만원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반면 매년 인상폭을 유지해 2020년 1만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싼 인건비로 기업을 유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은 있겠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꼭 겪어야 할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도 상당하다. 임금이 상승하면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이는 재화·서비스 거래 시장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노동 공급이 증가된다. 또 임금 불균형에 따른 사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중하위 계층의 임금 격차를 줄여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비여력 증가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또 국민들도 이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19~59세 남녀 64%가 최저임금제의 순기능에 공감했다. 오히려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의견도 37.2%나 됐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직업이 있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번째 전원회의는 5월이나 돼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 상당수의 임기가 종료됐고 이에 따라 새로운 최저임금위를 구성한 후에야 회의 일정을 짜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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