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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되살아 나는 플라자 합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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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남ㆍ북, 북ㆍ미, 북ㆍ중 정상회담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이 경제분야에서 묘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달러 약세다.

새 수장을 맞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1일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 후에도 달러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요인이라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달러는 확연하게 약세다. 11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하던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며 2535억달러에 이르는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당시만 해도 무역불균형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안겨준 선물에 구속력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
명문인 와튼스쿨 경영대학원(MBA)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의도를 간파한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철강 보복 관세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는 새우 등이 터지기 마련이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미국과 무역규모가 크거나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환율 문제를 만지작대고 있다. 환율은 무역분쟁 해결의 핵심 포인트다. 모든 문제를 뒤집을 수 있는 만큼 파괴력도 강력하다. 기축통화국인데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헤게모니를 쥔 미국이 가진 결정적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옹호하는 발언을 즐겨왔다. 강 달러를 시사하는 발언도 종종 해왔지만 그의 평소 소신과 행동을 감안하면 무게는 약세 쪽에 쏠린다. 달러 약세는 그가 추진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에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부담이 커진다.
중국이 무역분쟁 보복 차원에서 미 국채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미 국채를 팔고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는 순간 위안화 절상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위안화 기축통화를 추진하는 중국이 국제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면서까지 이런 카드를 쓰기도 부담스럽다.

약 달러를 이용하면 유로화 약세에 편승,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독일도 견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 지지세력인 쇠락한 자동차 공업지대, 즉 러스트 벨트를 달래기에도 좋은 재료다.

그만큼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절묘한 카드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던 일본 엔화의 가치를 끌어올린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호텔을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했다는 점도 묘한 인연이다. 금리 인상기에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지금 미국의 상황도 플라자합의 당시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제2의 플라자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중국과 일본도 대응에 나섰다. 최근 위안화가 2년 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게 대표적인 예다. 일본 관가에서도 엔화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베 신조 총리가 추진했던 세가지 화살 정책의 핵심인 금융완화의 목표인 엔화 약세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에서 환율 관련 부속조항이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미 시나리오는 그려져있는 만큼 대응이 중요하다. 97년 외환위기, 2008년 키코 등 역사적으로 환시장이 흔들릴 때 경제 위기가 온다.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대응이 중요하다.

달러 약세 시대에는 내수 부양이 중요하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을 유지해 적절한 경상수지를 관리하면서도 일반 국민들의 삶과 직접 연관된 소비도 살려야 한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 버블 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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