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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석의 시네 라티노]다크판타지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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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 우울한 세상 속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배연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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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작품상과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까지 4관왕을 차지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었다.

언어장애인, 게이 아티스트, 흑인 청소부, 그리고 괴생명체까지 미국 사회의 변두리에 위치한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의 수상에 대해 여러 언론과 평론가들은 현재 미국이 처한 사회적인 갈등과 트럼프를 비롯한 현 정부의 권력에 대한 비판이 담긴 영화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이 영화를 감독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나는 이민자이며 영화를 사랑하던 멕시코 소년”이라는 말로 시작해 “젊은 영화인들과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나의 수상이) 그 길로 들어오는 문이니 문을 박차고 들어오라 말하고 싶다”고 해 감동을 주었다.
1965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과달라하라대학교(University of Guadalajara)를 졸업했다. 아카데미 분장과 특수효과 수상자인 딕 스미스에게 배웠고 이후 자신의 특수효과와 분장 회사를 차렸다. 멕시코에서 여러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작과 연출을 맡았고, 2년 동안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1년 동안 미리 콘티를 짜는 노력 끝에 영화 '크로노스(1992)'의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중세 고딕 스타일의 신비한 흡혈귀 영화로 칸영화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영화 '크로노스'는 1536년 한 연금술사가 발명한 영원한 삶을 가질 수 있는 벌레 모양의 순금으로 만들어진 기계 '크로노스'를 400년 후 골동품상인 '헤수스'가 발견하고 우연한 기회에 크로노스를 자신의 몸에 사용하게 되는 스토리다. 크로노스를 사용해 젊음을 되찾지만 기계에 의지해 추악하지만 영원히 뱀파이어로 살 것인가, 영생을 포기하고 인간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주인공의 심리를 흥미롭게 묘사한 수작으로 평가되었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특수효과와 분장이 본업이던 감독의 특기가 십분 발휘되어 완성도 역시 뛰어난 영화다.

데뷔작인 '크로노스'의 엄청난 성공으로 곧바로 헐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아 1997년에는 괴물이 등장하는 SF 스릴러 영화 '미믹'을 전 세계를 통해 개봉하고 1편의 흥행에 힘입어 3편까지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2001년 멕시코-스페인 합작 영화인 '악마의 등뼈'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다시 한 번 평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악마의 등뼈'는 호러물로 1936년에 쿠데타로 인해 내전이 벌어진 스페인을 배경으로 후견인에게 버림받은 10살 소년 카를로스가 고아원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소년 유령 '산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카를로스는 고아원 아이들의 텃세로 고생을 하다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그들과 친해지면서 같은 편이 되어 유령이 된 산티의 정체와 고아원 안에 숨겨진 비밀을 캐낸다. 호러 영화를 표방 하기는 했지만 당시 스페인의 정치적인 상황을 축소한 내용이며 어린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시대적 비극을 표현한 슬픈 영화이기도 하다.

기예르모 델 토로

기예르모 델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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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악마의 등뼈'의 확장판으로 평가되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2006)'를 통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세계관은 더 확고해지고 그를 지지하는 영화 팬 마니아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판의 미로'는 꿈 많은 소녀, 오필리아가 만삭인 엄마와 함께 군인인 새아버지의 부대 저택으로 이사를 가면서 시작된다. 새로운 장소의 낯설음과 자신을 못 마땅해 하는 새아버지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사는 그녀 앞에 어느 날 요정이 나타난다. 신비로운 요정의 모습에 이끌린 오필리아는 그를 따라 미로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판'이라는 기괴한 요정을 만난다. 판은 오필리아에게 그녀가 지하왕국의 공주였으나 인간세계로 나왔다 돌아오지 못하고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다시 공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미션을 제안한다. 오필리아에게 판이 알려준 세 가지 미션은 용기와 인내와 희생에 관한 불가능한 모험들. 오필리아는 백지에 미션의 힌트가 그려지는 마법 동화책과 어디든 그리는 대로 문이 생기는 마법 분필, 그리고 충실한 안내자인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들어 내는 영화안의 세계관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다. 판타지를 그리고 있지만 항상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서술하지만 잔혹하고 때론 아프다. 기괴하고 무서운 괴물이나 유령이 항상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두려움에 고통 받고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는 언제나 믿음과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그려진다. 아마도 감독은 다소 과장된 이야기와 인물들 그리고 비현실적인 장르(SF, 호러, 판타지)를 통해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배연석 객원기자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필모그래피
1992 크로노스
1997 미믹
2001 악마의 등뼈
2002 블레이드2
2004 헬보이
2006 판의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2007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2008 헬보이2-골든 아미
2013 퍼시픽림
2015 크림슨 피크
2017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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