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비위축 악몽 재현될까…10㎍/㎥ 증가시 대형소매판매 2%p 줄어
#오는 5월 말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채모(32ㆍ남)씨는 계획했던 셀프 웨딩촬영을 재검토하고 있다. 예비신부와 함께 호숫가 공원에서 손수 촬영을 하고 싶었지만 올 봄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연 공기로 사진 배경이 흐릿한 것은 물론 오랜 실외활동은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다. 채씨는 "비용도 절약하고 좋은 추억도 쌓을 겸 봄날 셀프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올해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예보가 계속되면서 망설여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비가 살아나는 봄철, 소비자들의 발이 집 안에 묶였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외출에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봄철에도 미세먼지가 불어닥치며 소비지표를 끌어내린 바 있어 올해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미세먼지 정도가 유독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가 설상가상을 맞았다.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초미세먼지(PM 2.5, 지름 2.5㎛ 이하) 노출도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노출도는 32.0㎍/㎥로, OECD의 35개 회원국 중 최악을 기록했다. 2위인 폴란드(23.4㎍/㎥)와의 격차도 큰 편이다. 우리나라가 초미세먼지 노출도에서 1위를 기록한 건 1998년부터 12번이나 된다.
OECD는 국내 환경당국, 학계와 함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따른 우리나라의 피해 규모를 연간 10조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물질 감소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산출한 금액인데, 1t당 피해비용은 미세먼지가 약 196만원으로 위발성유기화합물(VOC) 175만원, 황산화물(SOx) 80만원보다 높은 수준에 이른다. 2060년에 이르면 피해액은 2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내놨다.
피부로 와닿는 경제적 피해는 바로 소비 위축이다. 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질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지방자치단체들의 외출자제령이 내려지면서 외출을 꺼리는 탓이다. 약 10개월 전에도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지난해 5월 미세먼지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생산ㆍ소비지표가 악화됐다. 전산업 생산이 전월대비 0.3%, 소매 판매가 0.9% 감소한 것이다. 특히 백화점의 소비가 4.6%나 줄었다. 야외활동이 줄면서 쇼핑수요가 감소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미세먼지가 소비를 악화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결과로도 증명됐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미세먼지가 국내 소매판매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PM2.5) 농도가 10㎍/㎥ 증가하면 대형 소매점 판매가 약 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이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세먼지의 증가가 건강 악화 등의 보건효과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세먼지를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집단적이고 시스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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