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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내 처도 공무원, 퇴근했다 지문찍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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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공무원 초과 근무 부당 수령' 제보..."낡은 관행 벗어나야"

한 자치구 공무원들이 청렴 교육을 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한 자치구 공무원들이 청렴 교육을 받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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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몇년 새 공무원들의 출장비, 급식비, 초과근무 수당 등의 부당 수령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제보도 들어 온다. 이중 지난해 10월 배달된 한 제보자의 편지를 책상 위에서 늦게 발견했다. 공무원들의 비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보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많이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일부에선 1980년대식의 낡은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곳들도 많다. 이에 대한 개선과 개혁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제보자의 편지 내용을 공개한다.

서울 근교 한 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제보자는 자신의 부인도 공무원인데, 퇴근 후 집에 왔다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초과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지문을 찍고 돌아 온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다.
다음은 제보자의 편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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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리 덩어리~

수년간 공무원의 초과근무 수당의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다들 안다.잘못된 제도가 부정을 키우고 있다.
서울시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허위 초과 근무는 대표적인 부정행위요, 적폐다. 적폐청산이 시급하다. 이제는 특수, 특정 부서가 아니면 일과 외 시간에 근무하는 시대가 아니다. 옛날 방식의 행정이 아니다. 사람도 기계장비도 구식이 아니다. 초과 근무 수당은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수당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금 도둑이다. 특히 토, 일요일 초과 근무는 거진 가짜다. 기본 몇시간만 주면 충분하다. 구청, 동사무소에 무슨 일이 있어 초과근무를 하는지? 답답하다. 일 안하는 사람이 초과근무한다. 종일 노는 사람이 초과근무한다.
사실은 내 처도 평일에 근무지가 가깝다 보니, 칼퇴근 후 늦게 다시 사무실로 가서 초과지문 찍고 온다. 토, 일요일에도 내 차로 처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가서 지문찍고 집에 와서 발 딱고 저녁 먹고 TV 보다가 다시 퇴근 지문 찍으러 간다. 이런 일이 5년, 10년 반복이다.

규정을 바꾸면 하지 않을까 모르지만, 퇴직하는 날까지 그럴 것으로 본다. 덕분에 수당은 언제나 만근이다. 더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 국민이 이런 추잡한 행태를 안다면 어떤 반응일까, 감사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어렵게 들어 온 직원들도 이 사람 저 사람 다 하니 이게 잘못인지조차 모르고 오염되고, 고참은 무감각해져 당연시하고 정말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정말 근무시간 중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나 집이 멀어 초과 근무 몇 시간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집 가깝고 공직자의 바른 자세나 능력이 부족하고 전혀 바쁘지 않은 미꾸라지 같은 사람으로 인하여 불평과 불만이 늘어간다.
*이번 추석 연휴(토~월) 10일간도 같은 허위 행위로 40여만원 수입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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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부와 시민사회 등 외부의 압박과 내부적인 개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공직자'로 대접받던 1980년대 수준의 마인드에 머물러 있는 공무원들도 많은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박봉에 시달리던 공무원들이 수당 등으로 세금을 적당히 나눠 갖던 관행이 있었고 이를 서로 묵인했다.

하지만 세월이 달라졌다. 젊은 취업준비생들이 대기업보다 공무원 시험에 더 몰리고 있다. 이미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복지, 급여 등 근로 조건과 처우가 대기업 수준을 뛰어 넘고 있다. 최근 대세인 '육아 휴직'만 하더라도 사용 여부를 떠나 공무원들은 기존 급여를 그대로 다 받지만, 기업체 근로자들의 경우 절반도 채 못 받다.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는 만큼, 혹시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면 얼마든지 제 목소리를 내고 시정할 수 있는 시대다. 공무원들도 하루 속히 일한 만큼 대접을 해주고, 대신 낡은 관행과 적폐인 불합리한 비위나 비리는 척결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그 누구도 아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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