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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아빠~ 소리에 결혼하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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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소지섭...소간지에서 홀아비로

[라임라이트]"아빠~ 소리에 결혼하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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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를 보는 듯한 배역...시사회서 영화 보고 펑펑 울어"

"日서 이미 만든 영화지만 손예진과의 새 연기 기대"
연기 스트레스에 슬럼프 "'지금~' 찍으며 조금 회복했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속 우진(소지섭)은 불운한 남자다. 전력 질주를 할 수 없을 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 아내 수아(손예진)는 어린 지호(김지환)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기억을 잃은 채로 돌아왔지만 함께 할 시간은 많지 않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으로 도배되지만 희망고문이다. 설렘과 불안의 공존을 표현하기란 어렵다. 조금만 무게중심을 잃어도 감정의 격랑이 단조롭게 일고 만다. 편집, 음악 등 인위적 장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소지섭(41)은 그윽한 눈빛과 나긋나긋한 말투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제한된 움직임을 더해 한 쪽으로 흐름이 기울 것을 경계한다. 그런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들여다볼 여지는 의외로 적다. 그는 "우진은 수아와 지호가 멋진 골을 넣을 수 있게 패스를 해주는 배역이다. 골을 넣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모자 관계가 관객에게 강하게 기억돼야 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소지섭의 설명과 달리 이 영화는 우진과 수아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이 노부히로(54)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일본영화(2004년)보다 멜로 톤이 강화돼 우진의 내면을 보다 섬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다. 소지섭은 감정의 진폭을 수월하게 확장하지만 이 지점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내적 갈등을 보여줄 여지를 스스로 차단해 영화가 눈물 코드로 봉합되는 쉬운 길을 택하게 한다. 그는 "지금이 슬럼프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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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며 펑펑 울었다고 들었다.
"극 중 지호에 마음이 이입돼 눈물이 났다. 어릴 때 나를 보는 듯했다. 집안 형편도 가난했지만 부모님이 일찍 이혼하셔서 힘들게 자랐다. 이른 나이에 모델과 배우로 활동하게 된 것도 돈 때문이었다."

-수영선수 출신인데, 극 중 우진 또한 그러하다.
"나 때문에 수영선수로 설정된 건 아니다(웃음). 확실히 내 이야기 같이 느껴질 여지가 많다. 우진처럼 훈련을 하다가 크게 다친 경험이 있다. 왼 팔꿈치를 수술했다. 담당 의사가 선수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수영이 나의 전부였기에 재활에 매달렸지만 헛수고였다. 모든 걸 잃어버린 듯했던 당시 경험이 이번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이미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다.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나.
"그렇다. 무엇보다 손예진(36)과의 호흡이 기대됐다. '멜로 퀸' 아닌가. 좋은 감정을 받으면 나도 몰랐던 새로운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 연기는 배우 간 주고받는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예진이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주 좋았다. 작품을 만들면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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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경험이 투영된 듯한 느낌도 받았다.
"우진과 성격이 많이 닮긴 했다. 어렸을 때 여자 친구와 사랑을 나눴던 모습도 그랬던 것 같다. 첫 키스를 하면서 마음을 졸였고, 다가오는 손길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용기 내어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이상한 얘기를 늘어놓는 풋내기였다."

-일본판에서 아이오 미오(다케우치 유코)가 아이오 타쿠미(나카무라 시도)의 회사 동료(이치카와 미카코)에게 남편을 부탁하는 장면을 꼭 넣자고 했다던데.
"수아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혼자 남겨둔 채 떠나려고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가슴은 아프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길 바라지 않았을까. 이장훈 감독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지만, 내가 수아라면 그렇게 할 것 같다."

-우진의 갈등이 후반부에 깊이 있게 나타나지 않는다.
"수아가 다시 떠난다고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돌아갈 것을 염두에 두고는 있었지만, 확신하지 못했다고 본다. 수아가 떠날 수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히는 신이 많지 않긴 하다. 우진이 뭔가 다른 방식으로도 노력했을 거라고 짐작해주셨으면 한다."

-홀아비 연기는 처음이다.
"걱정이 많았는데, (김)지환이가 대견할 정도로 연기를 잘 해줬다. 촬영장에서 늘 붙어 다녔는데, 놀아주는 게 꽤 힘들었다. 얼마나 정신없이 뛰어다니던지(웃음). 그래도 기분은 좋더라. '아빠'라는 소리를 계속 들으니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빨리 하지 않으면 체력이 떨어져서 제대로 아이와 놀아주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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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까지 결혼 생각이 없었나 보다.
"주위의 유부남들이 만류한다. 어머니께서도 언제부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시고(웃음).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이상형을 만나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견해차가 적어서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케이인데(웃음). 힘들 때 기댈 수 있다면 더 좋겠고. 당분간은 힘들 듯하다. 촬영이 없는 날에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다. 잘 아는 사람들만 만나는 편이다. 새로운 사람보다 이들을 챙기는 게 우선이다. 그래도 건강하니까 사랑은 꾸준히 하고 싶다. 배우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일찍 결혼했을 거다. 나와 배우자의 선택으로 가족을 이룬다는 건 엄청난 일이니까. 그렇게 해서 자식을 낳는다면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

-연기가 조금 더 무르익으려면 집밖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이 슬럼프이긴 하다. 연기로 받은 스트레스가 잘 안 풀린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2013년)'을 찍은 뒤로 알맹이 없이 똑같은 연기를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기술로만 연기한다는 생각도 들고. 거의 바닥까지 내려앉은 기분이다. 고민은 깊은데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누군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는데, 아직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촬영하면서 고민을 많이 덜어냈나.
"회복 단계에 이른 듯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연기로 받은 스트레스는 연기로 풀어야겠다는 방향만 잡았다. 표현해온 배역을 머릿속에서 비워내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려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진과 조금씩 멀어지다 보면 조금 더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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