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파하드 만주는 종이신문으로만 뉴스를 접하는 체험을 두 달 동안 했다. 그는 최근 칼럼에서 "하루 늦게 뉴스를 접하게 됐지만 그 시간 동안 전문가 수백명이 나를 대신해 어려운 작업을 해줬다"며 "단순한 실수와 악의적인 여론몰이를 피하고 정보를 더 잘 제공받을 수 있었다"고 썼다.
뉴스편집은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언론행위다. 그리고 정상적 언론인의 가치관은 공정이나 공익과 같은 개념에 지배된다. 이런 추상적 개념은 사람의 머리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가치판단이 적용된 결정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그저 수학적 모델일 뿐이다.
최대 포털사이트가 새로 도입한 알고리즘은 '많이 생산된' 기사를 중요한 이슈로 판단해 전면에 배치하는 경향을 띤다. 정답일 리 만무하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소한 사건에서 중대한 진실을 찾아내는 따위의 일은 알고리즘의 관심사가 아니다. 포털업체의 관심 분야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기계적 편집으로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되, 뉴스 콘텐츠의 상업적 가치는 잃지 않겠다는 전략만 거기에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 무엇을 읽고 먹으며 어떤 정치적 입장을 취하라고 정해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알고리즘을 만든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우리는 IT기업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우리를 조종하려든다 해도 상당기간 그 사실을 모른 채 지낼 수 있다.
우리는 AI나 알고리즘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AI 스피커는 좋은 친구일지 모르지만 AI 뉴스편집자는 우리의 적이 될 수 있다. 영리한 구글은 뉴스편집이 자신들이 손대야 할 감자가 아님을 일찌감치 깨달았는지 모른다. 더 영리한 페이스북은 그 뜨거운 물건을 사용자 손에 쥐어주고는 팔짱끼고 웃는 것 같다.
우리 국민의 93.3%가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소비한다(2018,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검색과 뉴스수집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는 77%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1위다(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AI에게 맡길 일은 아니고 기업이 하기엔 위험하다. 그 막중한 임무는 시민사회로 되돌아와야 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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