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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제재…新 냉전 오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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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뉴욕 김은별 특파원]미국이 대선 개입과 사이버 공격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발생한 스파이 암살 사건으로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과거 냉전 시대 대(對)소련 연합 전선을 구축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가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러시아 5개 단체와 개인 19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다고 밝혔다. 대러 제재의 표면적 이유는 러시아가 2016년 대선에 개입한 혐의 때문이지만 미국이 영국의 우방국인 만큼 이번 제재 결정에 영국에서 벌어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대선 당시 사이버테러에 관련된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군 참모본부정보국(GRU) 등 러시아 5개 단체와 푸틴의 측근 러시아 기업인 등을 포함한 개인 19명을 상대로 한 새 경제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이 된 이들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트럼프 정부가 대선 개입 문제로 러시아 측에 제재 조치를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러시아·이란·북한 제재 패키지법'을 러시아에 적용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정부는 지난 대선 개입과 주요 기반시설 공격 등 러시아의 악의적인 사이버활동에 대응하기로 했다"며 "이번 제재는 러시아로부터 계속 뻗어나오는 극악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일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 해커단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원자력발전소와 수력·전기 시스템도 공격의 목표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미 정부의 러시아 제재는 마침 러시아 정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전직 스파이 암살기도 사건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함께 비난하고 있을 때 나왔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여부와 악의적인 러시아의 사이버활동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비판하는 대열에 합류하면서 주요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향해 공동 대응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4개국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 측이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자 영국 정부는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등을 포함한 대 러시아 제재방안도 발표했다. 나토는 아직 영국 측으로부터 동맹국 상호방위 조항 발동 요청은 없었지만 영국에 결속을 보여줄 준비가 돼 있다며 힘을 보탰다.

당장 러시아도 미국과 영국에 맞대응 할 태세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럽 국가들의 맹비난에 이어 미국의 대러 제재까지 발표되자 서방국들에 대한 보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서방국 대 러시아간 신냉전 구도가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골츠는 최근 러시아의 한 독립 매체 'Ej.ru'에 '냉전은 이제 현실이 됐다'는 제목의 기고글을 실었다.

러시아와 서방 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러시아는 '시리아 동맹국'이란 공통점을 가진 이란과 대규모 유전개발에 합의하는 등 양국의 밀착 행보를 통해 서방국들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

이란 관영 IRNA 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 '자루베즈네프트'와 이란 서쪽에 있는 유전 지대 2곳을 개발하는 7억4200만달러(약 7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 체결로 러시아와 이란 기업은 이라크 국경 인근 서부 일람주(州)에 있는 아반과 파이다르 유전 지대를 공동으로 개발하게 되며 두 유전 지대에서 원유 생산을 늘리면 몇 년 내로 약 40억달러의 수익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민감한 시기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70억달러 규모 유로본드 발행에 나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 70억달러 규모 유로본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날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즈프롬이 8년물 2.5% 금리의 유로본드 7억5000만유로어치를 발행했는데, 예정금액의 3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다고 발표하며 러시아의 위상을 과시했다. 러시아가 이번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는 평소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제재와 비난 속에서도 러시아가 국제 금융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유로본드 발행 계획 발표는 러시아가 국제적 비난에 항의하는 명백한 표시"라고 풀이했다. 블룸버그통신 역시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냉대를 받고 있는 시점에서 발표된 유로본드 발행 계획은 러시아의 반항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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