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상통화 채굴, 전기소비 극심해도 '합법'"

합법적 전기 사용시 채굴 금지·제한할 법적 근거 없어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 수요 주시할 것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가 가상통화(암호화폐) 채굴은 합법적으로 전기를 사용한다면 문제 없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가상통화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주 마리야 가브리엘 EU 디지털 경제 및 사회 분야 집행위원은 가상통화 채굴에 막대한 전기가 소모된다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채굴 자체는 합법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 집행위원은 "가상통화 채굴에 사용된 전기가 합법적으로 생산됐다면 이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라며 "때문에 EU 집행위원회는 지금까지 어떤 제재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전기 소요 문제를 방관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가브리엘 집행위원은 "가상통화 채굴을 할 경우 에너지 효율성, 발전 분야, 온실가스 방출 등 EU법에서 규정하는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라며 "가상통화 채굴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와 수요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시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가상통화를 캐내기 위해서는 복잡한 알고리즘을 풀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보통 ASIC(주문형 집적회로)이라는 채굴기를 사용한다. 발열량과 소음, 전력 소모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이용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상통화 채굴로 사용되는 전기는 전 세계 발전량의 0.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최근 경기도 시흥 일대에서 값싼 산업용 전기를 불법으로 이용해 채굴하던 업체들이 적발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EU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비트코인이 채굴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제네시스마이닝 같은 가상통화 채굴업체들이 아이슬란드에서 대규모로 채굴을 하고 있지만 아이슬란드는 EU에 가입하지 않았다. 가브리엘 집행위원은 "대부분의 가상통화 채굴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에서 채굴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