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혼자 집에 남겨두는 게 아동학대인지 모르는 경우도
그해 출산한 김씨에겐 모든 것이 막막하게 다가왔다. 당연히 육아교육은 받은 적이 없다. 아기를 안는 것 자체도 그에겐 생소한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분유를 탈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1차 미혼모 시설에서 아기를 낳은 뒤 분유 타는 방법을 배웠지만 시설에서 나온 후 분유를 제대로 탔는지 확인해줄 사람이 없었죠". 김씨는 태서(가명)를 낳으면서 부모님과는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모든 걸 혼자서 해내야 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가며 물을 끓였지만 손등에 한 방울 떨어뜨려보면 뜨겁거나 차갑기 일쑤였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던 김씨에게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만나 노는 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왕복 4시간 거리였지만 돌이 채 되지 않은 태서를 안고 지하철과 버스에 올랐다. 주위 어른들이 어린 아기가 찬바람 쐬면 좋지 않다며 김씨에게 조언했지만 남의 일에 웬 참견인가 싶었다. 김씨는 "태서가 감기에 걸리고 나서야 외출을 자제하고 더 조심하게 됐다"며 "그땐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당시 가끔은 친구네서 자고 오기도 했다. 김씨와 친구들이 통금시간이 있던 시설을 나와 살게 된 건 '자유'가 보장돼서였다. 월세 30만원을 내면서라도 바깥에 나와 사는 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다. 김씨는 "시설은 공동 생활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아기한테로 갔다"며 "지금은 자유가 있어서 심적으로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돈 문제는 가장 어려운 숙제다. 태서는 이제 4살이 돼 어린이집을 다닐 정도로 컸다. 어린이집 수업료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대신 교재비, 통학차량비 등을 한 달에 10만원쯤 내야 한다. 김씨는 기초수급생활자로 돼 있지만 태서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아 일주일에 나흘은 패스트푸드점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간다. 이 둘이 한 달에 쓰는 돈은 월세, 식비 등 모든 걸 포함해 140만원 정도다.
김형범 한국미혼모네트워크지원센터 팀장은 "10대의 경우 경제능력이 떨어진다. 출산을 하더라도 정보를 취득하는 게 20대 후반이나 3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곤 하지만 판단이 어려워 포털사이트 지식인 등에 질문하는 경우까지 생겼다"며 "주거 지원을 비롯해 이들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한 번에 알려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대나 20대 초반 부모가 육아 자체나 아이 돌봄을 어려워하는 건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육아 태도와 방법으로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다. 실제로 10대 엄마가 친구들과 놀기 위해 아이를 집에 놔두고 나갔다가 아동학대로 신고 당한 경우도 있다. 아이 할아버지에게 부탁한 뒤 할아버지가 오기도 전에 외출한 것이다. 혼자 남겨진 아이는 30∼40분 동안 울며 엄마를 찾았다. 또 다른 10대 아빠는 PC방에서 게임을 하기 위해 1시간 동안 차 안에 아이를 뒀다가 아동학대로 접수됐다. 방임은 아동 학대의 전형적인 한 유형이다.
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의 부모들은 본인의 감정과 본인의 삶이 더 중요하다"며 "양육 방법을 모르니 아이를 혼자 남겨 두는 게 학대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체적 학대를 가하는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아이를 원하지 않았던 10대 부부는 아이가 울자 밥을 굶기거나 꼬집는 등의 방법으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를 학대했다. 심지어 지난해 3월에는 남편이 밉다는 이유로 한 10대 엄마가 생후 6개월 된 딸을 이불로 덮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6년 기준 만 19세 이하 학대행위자는 83건이다. 이를 두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많은 경우 임신과 출산을 자립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위치에 놓여 있고,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청소년 부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부정적 인식으로 생기는 심리·정서적 스트레스와 학업 중단 및 경제적 어려움 등의 다양한 문제로 인해 학대 발생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며 "미성년자인 학대행위자의 특수성을 고려해 부모교육 및 종합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20대는 1559건이었다.
20세에 아이를 낳았다는 이현수(26·가명)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손으로 아이를 때리거나, 집에 있는 물건들을 아이에게 던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어릴 때 나도 그런 일을 겪으며 컸기 때문에 뭐가 잘못됐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린애가 또 어린애를 낳아서 키운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해지기 위해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많이 혼내면서 행동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었다"며 "주변의 권유로 아버지학교에 갔다가 이런 행위가 학대라는 얘기에 놀라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양육태도 및 방법의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행위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성은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1만6737건으로 35.6%를 차지했다. 당시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가 1만8700건임을 감안하면 아동학대 사례의 약 90%가 학대행위자들의 양육태도 등과 관련됐음을 알 수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이 범사회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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