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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갈등에 경제 멍들고, 구조조정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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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년, 노사갈등 지속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 대립 지속, 정치논리에 기업 구조조정도 늦어
노사갈등에 경제 멍들고, 구조조정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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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김민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노사대립으로 인한 사회적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현 정부에서도 심각한 노사갈등이 지속되며 기업은 어려워지고 노동자들은 사지로 내몰리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중이다. 노사대립과 일자리 문제 등에 신경쓰느라 정부가 제 때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16일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제도개편을 논의했지만 노동계와 재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가 무산되면서 결국 공이 국회로 넘어오게 됐다.
정부는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등 산입범위를 조정하는 등 제도개편을 추진해왔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외식물가가 급등하고 중소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가 사라진다고 주장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얼마전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크게 반발했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달 27일 고용노동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근로시간 단축의 핵심 쟁점이었던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았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휴일에 일한 대가로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함께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그동안 휴일근로에 대해 중복할증(200%)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계는 이미 휴일근로 중복할증 문제와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지 등에서 합의 없이 국회가 개입할 경우 노사정 사회적 대화 중단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국노총 역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은 민주노총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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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노사갈등이 결국 노동자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고립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노동운동은 국가와 기업의 동맹에 기초한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싸우는 과정에서 전투적이고, 레토릭은 급진화됐다"며 "이러한 노동운동의 성격과 전략은 노동운동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특히 중산층과의 연대를 어렵게 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노동운동의 딜레마는 인정을 위해 투쟁하지 않을 수 없지만, 투쟁할수록 왜소화되고 고립된다는 사실"이라며 "결과적으로 노동운동은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삶의 내용을 피폐화시킬 뿐만 아니라, 기업의 건강한 발전과 세계시장과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한 상황이 국민경제에 해악이 됨은 말할 것도 없다"며 "그것은 왜 기업과 노동이 상호인정과 상생의 길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노사갈등에 일자리문제 겹치며 구조조정도 늦어

극단적인 노사갈등에다가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정부가 제때 구조조정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망가진 산업과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채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향을 확정했다. 8년간 수조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연명해온 성동조선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STX조선해양은 산업 생태계 여파를 고려해 고강도 자구노력과 사업재편을 전제로 은행관리를 추진키로 했다.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2010년 수출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신규자금 2조7000억원, 선수금환급보증(RG) 4조5000억원, 출자전환 1조5000억원 등 국민혈세를 투입했지만 회생하지 못했다. 7년째 채권관 도움으로 연명한 성동조선해양은 임직원 수가 2500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1400명 규모로 몸집이 줄었다.

최근 재무실사를 마친 성동조선해양의 청산가치와 존속가치는 각각 7000억원, 2000억원이었다. 금융논리대로라면 회사를 살리기보다 정리하는게 낫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냐, 법정관리냐를 두고 채권관, 정부 간에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성동조선해양처럼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결정이 늦어지는 데는 금융ㆍ산업논리뿐 아니라 고용ㆍ지역경제 이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방문 이후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방향이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우선시하는 산업 측면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시그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자력회생 가능성이 낮다는 실사 결과가 나와도 일자리, 지역경제를 고심하는 정부 기조로 인해 구조조정이 번번이 늦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조조정 시기를 놓치면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구조조정 시기를 늦추거나 회생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구조조정을 적기에 못했고 최근 2년 동안 7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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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돈줄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의 회수율도 낮다. 산업은행은 2008년 이후 구조조정 기업에 13조2912억원을 투입했지만 회수율은 31%(4조736억원)에 불과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산은의 전체 손실 추정액은 2016년 6월기준 28조원에 육박한다.

인력 감축→일자리 감소→지역경제 후퇴로 이어지는 고용논리도 노동자보다 표심을 우려하는 지역자치단체장, 국회의원들이 더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대학교의 한 교수는 "우리나라 지역경제 논리 배후에는 지역자치단체와 관련된 국회의원 세력들이 특정 산업체가 지역을 떠나면 지역이 다 망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다"며 "지역경제 침체로 인한 수도권 균형발전 이야기도 나오는데 도지사, 군수, 국회의원을 희망하는 정치세력들이 인구가 줄어 선거구 조정 이야기가 나올까 우려되서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주훈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조선업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조선조 건설을 위해 500원짜리 지폐로 영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낸 뒤로부터 45년이 흘렀다"면서 "한 세대 반이 지났는데 경쟁력 있는 분야에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대책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결국 기업 구조조정이 인력감축 혹은 실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는 것이다. 김주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업수당 등 퍼주기식 단기 고용정책의 프레임을 재취업, 교육 등으로 바꿔야 한다"며 "어느산업이 무너지고 이로인해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 수가 얼마인지 추산해 기존 노동자를 다른 사업에 재투입하는 인력 재배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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