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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게임보다 유튜브 보는 시간 더 많아…'게임포비아'는 뉴미디어에 대한 거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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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게임보다 유튜브(YouTube)를 보는 시간이 더 많다고들 합니다. 훗날엔 게임 대신 '어떻게 유튜브를 아이들로부터 떨어뜨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항상 뉴미디어가 생겨나면 올드미디어는 저항하게 돼 있고, 역사는 그렇게 늘 진행돼 왔습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9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투가 아직도 게임을 두려워 하는가'란 주제로 발제에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국내 게임산업, 의료계,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주최로 마련됐다.
윤 교수는 "과거 1970년대에는 만화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물리적으로 만화책을 모두 태워버리는 화형식을 거행하던 시절도 있었다"며 "1997년엔 이른바 '일진회 사건'으로 불리는 청소년 범죄가 일어났을 때에도 일본 만화책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수백만권을 폐기하는 등 발본색원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만화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나빴던 시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소설책, TV, 인터넷 등도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모두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현재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에 대해 그는 "뉴미디어에 대한 올드미디어의 저항과 새 문화 양상에 대한 거부감 등이 적절히 섞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게임이 중독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여러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해당 연구들은 ▲게임중독 타당성에 대한 명확성 결여 ▲비디오 게임 플레이를 '미디어 소비'로 이해하지 않고 '물질 남용 연구'에 근거 ▲인터넷 게이밍 장애(IGD) 용어는 그 자체로 '진단 범주 경계'에 대한 논란 야기 ▲문화적 현상학적 이해 부재 등을 지적하며 게임 중독이 질병이라는 논리에 대한 허점을 꼬집었다.
윤 교수는 그럼에도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을 비롯해 국제기구가 게임을 질병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근거로 '게임 포비아(phobia)'를 제시했다. 게임을 '공포'의 대상으로 상정하고 각종 사회적 문제나 교육·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손쉽게 지적하면서 점점 더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게임포비아'가 의미화되는 방식은 크게 4가지다. ▲정상성과의 대립(게임 이용자를 '정상적 인간'의 반대 개념으로 보는 것) ▲교육과의 대립(게임을 교육의 방해 요소로 보는 것) ▲건강과의 대립(게임이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보는 것) ▲현실적 유용성과의 대립(게임 플레이를 쓸모없는 일이라 보는 것) 등이다.

윤 교수는 "게임을 굉장히 흉악한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미디어 담론이 반복적으로 주입되고 있다"며 "술이나 집단따돌림 등 사건의 본질이 되는 다른 원인은 살펴보지 않은 채 '(범죄자 혹은 피해자가) 어떤 게임을 했나'만 궁금해하는 것도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 사회분위기 상 '게임이 공부를 방해한다'는 것은 가장 효과가 큰 공포"라며 "이 같은 게임포비아가 결국 셧다운제와 같은 제도적 규제를 비롯해 '질병 분류' 움직임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다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게임에만 집착해 무언가 개선이 필요한 케이스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서 과연 그 원인이 게임 때문인지, '게임 중독'이란 개념이 과학적 개념으로 유효한 것인지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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