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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없어 상담사가 성폭력 증거채취…열악한 해바라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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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 간호사 3교대 가능한 곳은 10곳뿐

낮은 급여·과도한 업무에 인력 부족…"근속연수 2년 이상 못가"

예산부족 부작용은 피해자에게 전가…"종사자 처우 개선 필요"
간호사 없어 상담사가 성폭력 증거채취…열악한 해바라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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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해바라기센터 예산 부족으로 의료 자격증도 없는 일반 상담원들이 성폭력 피해 증거 채취에 동원되는 실정입니다."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치유해 줄 공공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성폭력피해자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는 2005년 설립돼 현재 전국에 39개소가 마련돼 있다. 성폭행피해자에 대한 상담, 의료, 법률 및 수사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피해자가 위기상황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곳에 근무하는 간호사, 상담원, 임상심리사, 심리치료사 등은 대부분 계약직이며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성폭력 피해지원 현장에 몸 담았던 A씨는 최근 미투 운동 바람이 불고 있지만 해바라기센터의 각종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방문하는 서울보라매병원(서울남부해바라기센터)에서조차 야간에는 간호사가 없어서 상담사들이 성폭력 증거채취 등 조치를 한다"며 "이런 현상은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증거 채취 등 의료지원을 즉시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가 365일 24시간 대응하기 위해 3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의 야간ㆍ휴일 근무가 가능한 센터는 10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바라기센터 예산 부족으로 의료 자격증이 없는 센터 내 상담원들이 성폭력 증거채취나 간호업무에 동원되고 있다고 A씨는 전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미투(me too)운동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성평등을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미투(me too)운동을 지지하는 손팻말을 들고 성평등을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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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씨는 "많은 수의 해바라기센터 직원은 이직했거나 이직을 고려 중이며 이로 인해 전국 여러 센터에서 구인 중이지만 응모자가 없어서 재공고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해바라기센터 종사자도 "업무는 많고 월급은 적으니까 근속연수가 대체로 2년을 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해바라기센터 운영 예산은 2016년에 157억원, 지난해 144억원, 올해 126억원으로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해바라기센터의 간호사, 상담원, 임상심리사, 심리치료사 초봉(세전)은 2633만원, 행정직원은 2259만원이다. 월급여로 따지면 각각 219만원, 188만원 정도다. 또한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그에 상응하는 임금, 직위, 권한 등 보상이 제공되지 않아 직원들의 이직이 반복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성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와 관련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성폭력 관련기관 종사자의 과다한 업무와 낮은 급여,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고질적 문제"라고 밝혔다. 예산 부족에 따른 부작용은 고스란히 성폭력 피해자에게 돌아온다. 좋지 못한 근무요건은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성폭력 피해자의 원만한 사회 복귀를 위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진다.

이미정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사자가 센터에서 오래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도록 종사자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며 "실현가능한 다양한 보상체계를 통해 종사자 장기근속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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