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배구조개선 압박 거세져…삼성, 다시 지주사카드 꺼낼수도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2003년 3월 1일 재계 2위 그룹인 LG는 국내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국 기업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로 꼽혀온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사인 (주)LG를 정점으로 수직적인 계열사구조를 완성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LG식 지배구조는 기업 지배구조의 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2017년 9월 기준, SKㆍGSㆍ두산ㆍLSㆍCJ 등을 포함한 국내 지주회사는 193개로 늘어났다. 또 이들의 평균 부채 비율은 규제 수준인 200%보다 크게 낮은 38.4%로 탄탄한 재무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LG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재벌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계열사간 순환출자, 상호출자 등의 방식으로 '가공(架空)의 자본'을 끊임없이 형성했다. 이를 통해 총수는 5% 안팎의 지분으로 수많은 계열사를 소유 지배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는 외환위기때 직격탄을 맞았다. 계열사 간 얽히고 설킨 지배 구조탓에 한 기업이 도산할 경우 피해가 도미노처럼 전 계열사에 확대됐다. 외환위기의 주범이 재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1999년 '경제력 집중의 우려'를 이유로 금지했던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했다. 하지만 자회사 지분에 대한 막대한 주식매입비용이 필요해 타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주저했다. LG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기업 구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LG도 지주회사 도입의 의미를 "재벌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6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주)LG의 대주주 지분율은 구본무 LG회장 11.8%, 구본준 부회장 7.72%, 구광모 상무 6.24%,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4.48%,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46% 등이다.
최근 들어 지주회사 전환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재벌 개혁 과제로 제시하면서부터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LG를 모범사례로 꼽으며 다른 기업들도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 지주회사 전환 시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양도차익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늦춰주는 것) 조항이 일몰되면서 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LG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문제에 대해 남보다 한발 먼저 과거 관행을 벗어나서 앞선 노력을 해왔다"며 "지분 정리 등 문제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길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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