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재'로 둔갑한 우리나라 문화재 수두룩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유럽에서는 독일 나치가 강탈한 유대인 예술품들을 본래 주인 품으로 돌려주는 ‘자발적 반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는 각국 정부들이 약탈된 문화재 반환 요청에 협력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원래 주인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나치 점령군의 후손이 약탈한 예술품을 원소유국에 직접 반환하기도 했다. 나치 친위대 그루펜퓌러 베흐터 총독의 아들이 17세기 폴란드 지도와 르네상스 시기의 크라쿠프 판화 등 3점을 본래 소유주인 포토츠키 일가로 반환했다. ‘워싱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개인에게 반환을 강제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약탈의 공범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가문의 과오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문화재청이 파악한 국외소재문화재만 약 16만8000여 점. 문화재들은 일본을 포함한 미국, 중국, 유럽 국가 등 20여개국에 흩어져 있다. 노출되지 않은 개인이나 기관 소장품 등 집계하지 못한 양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7만여 점은 일본이 소유 중이다. 대부분은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이 약탈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반출됐다.
특히 일본은 더욱 어렵다. 일본은 식민 지배나 과거 범죄 행위에 대해 부정하고 있고 ‘한일 문화재협정’에 따라 문화재 반환 문제가 이미 일단락됐다고 주장한다. ‘국제조약의 불소급원칙’에 따라 조약 발효 이전에 불법부당하게 반출된 문화재에 대해서는 반환이 적용되지 않고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도록 한 ‘유네스코 협약’ 등이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독일이 약탈 문화재 반환에 적극 노력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 문화재를 일본 국가문화재로 둔갑시키는 일까지 있다. 지난해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조승래 의원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국내문화재 112건이 일본의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상태다. 60건 이상이 한일협약 전에 지정한 것으로 알려져 약탈 문화재 반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지난 2011년 일본이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5점을 돌려준 것도 꼼수라는 지적이 많았다. 당시 ‘반환’이 아닌 ‘인도’라는 표현을 썼고 협상과정에서 범위도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경유해 반출된 문화재’로 한정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 이번 조치를 마지막으로 나머지 문화재는 반환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문화재청 등이 지자체, 종교계, 시민단체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문화재의 약탈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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