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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함 먹고 자라는 소소한 행복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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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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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이 2018년 행복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올해 소비의 주요 흐름으로 제시한 이 소확행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86년에 발간한 수필집 ‘랑겔 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등장했다.
하루키의 소설 속 등장하는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히 자기 자신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다.

하루키의 이 ‘소확행’은 일본의 1980년대 경제 붕괴로 인한 경제 침체 시기에 힘들게 보냈던 경험을 토대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고자 하는 심리를 담아 이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심리는 일종의 ‘방어기제’ 로 경제 불황 스트레스와 취업 불안 등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양식이 이 ‘소확행’인 셈이다.

이 ‘소확행’은 지난 2015년 12월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한국에 출간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을 통해서도 한국에 상륙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일본 젊은이들이 “사회라는 커다란 세계에서는 불만을 느끼지만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작은 세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고 설명한다.
그가 언급한 이 정의는 ‘사토리 세대’로 라는 신조어로 굳어지면서 한동안 일본 청년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사용됐다. 또 같은해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일본인 만화가의 ‘마스다 미리’는 ‘반짝 빛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고 젊은 세대를 위로한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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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언은 가수 이효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훌륭한 사람이 아닌 아무나 되라고” 한 조언과 맞닿아 있다. 또 최근 평범한 것에 열광하는 노멀크러시(Normal+Crush)가 젊은 세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현상과도 연결돼 있다.

종합하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고자 하는 심리 △작은 세계에 대해서도 만족하는 것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 △평범함을 추구하는 것, 같은 현상 배경에는 경기 불황이 있고 이에 따른 20대 청년들의 불안함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한국에서 ‘소확행’ 현상이 두드러지는 이유도 취업난과 이에 따른 우울증이 증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12년 5만2793명에서 지난해 6만4497명으로 22.2%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60대 이상 증가율(20%)보다 높은 것으로 같은 기간 10대, 40~50대는 줄었고 30대(1.6%)는 약간 늘었다.

20대 공황장애 환자도 2012년 8024명에서 2016년 1만3238명으로 5214명 늘었다. 여성 공황장애 환자는 2만6617명, 20대 남성 공황장애 환자는 2만2713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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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6월 수도권 20대 남녀 600명의 소비 및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소비 취향은 ‘가성비(34.2%)’보다 ‘나의 취향(43.5%)’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또 전반적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화려한 분위기보다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음식점과 카페를 더 선호했고 강남과 홍대 등의 번화가보다 망원동 등의 골목 상권을 만남의 장소로 더 선호하기도(41.5%) 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러한 배경에는 불안한 미래 대신 오늘의 행복을 추구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편안함을 누리고자 하는 20대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1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소확행’을 검색하면 1만9000여건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비오는 날 내 마음에 드는 우산, 퇴근 길 나를 위한 혼맥 등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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