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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부담 덜어준다고?…편의점 횡포에 협력업체의 '눈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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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ㆍGS25, 재고조사 비용 21만6000으로 인상
"재고조사 횟수 줄여 일거리 감소"
세븐일레븐만 14만7000원

"가장 낮은데 올려주겠다는 말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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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의 재고조사를 대행하는 A업체 B대표는 직원을 60명이나 두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매일 밤샘 작업에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인상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자 야근 직원을 줄이는 대신 자신이 직접 재고를 조사하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하도급 대금의 증액이 가능하도록 대책을 마련했지만, 재고조사 횟수를 줄이는 식으로 일감을 줄이거나 일부 업체들은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여전히 큰 인건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B대표는 "다음 달부터 직원들 휴가를 주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한달 휴가를 줘도 월급의 70%는 지급해야 한다"면서 "편의점들이 모두 상생안을 마련해 가맹점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여준다고 했지만, 협력업체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계속 이런 식으로 일감이 줄고 인건비를 보전해주지 않으면 폐업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유통기업 협력업체들이 최저임금 인상 역효과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 협력 업체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는 각종 대책을 마련했지만, 유통기업들이 일감을 줄이거나 버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서다. 협력업체들은 경기불황과 내수침체에 직원 임금 인상까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본사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와 GS리테일의 GS25는 지난 달 편의점 재고조사 비용을 18만원에서 21만6000원으로 올렸다. 지난달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분을 고려한 조치다. CU관계자는 "가맹점의 상품 재고를 파악하기 위해 편의점 본사가 정기적으로 대행업체를 통해 조사를 진행한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토로해 비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GS25는 연간 조사 횟수를 4회에서 3회로 줄였다.

반면 세븐일레븐은 가격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재고조사 비용도 3사 중 가장 낮은 14만7000원이다. 협력업체들은 그동안 세븐일레븐이 업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재고조사 비용을 지급한데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도급 대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매출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나가는 구조인데 자신들이 이익을 더 챙기겠다고 지금까지 턱없이 낮은 조사비용을 지급했다"면서 "지난달 월급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처음 지급했고, (용역비용을)올려준다는 말만하고 계속 미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대금을 인상한 만큼 재고조사 비용 인상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시장 가격에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재고조사 비용을 올려주면 횟수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를 비롯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TV홈쇼핑, 온라인쇼핑, 면세점 등 업계는 지난해 11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최저임금과 원재료가격 변동 등으로 인한 공급원가 변동시 납품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내용의 상생안을 내놨다. 공정위도 이들 유통분야 5개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최근에는 하도급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최저임금 부담에 따른 하도급 대금 증액을 요청할 수 있게했다. 개정된 하도급법에 따르면 도원사업자는 하도급 업체로부터 대금 조정 요청을 받은 후 10일 이내에 반드시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1차 협력업체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키로하는 등 어느정도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선 이같은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하청업체들은 오히려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변경시키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포스코, LG디스플레이,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의 납품ㆍ협력업체들은 최저임금 수준에 거의 맞춰 기본급을 지급해오다 올해부터는 상여금을 기본급에 다달이 쪼개어 넣는 방식으로 취업 규칙을 바꾸거나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게 하면서 임금총액을 지난해와 맞췄다.

특히 분당차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병원이 상여금을 기본급화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이전까지 기본급의 800%로 규정했던 상여금 중 일부(기본급의 700%)를 기본급에 셈해 넣으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커피빈코리아의 경우 지난해까지 제공되던 각종수당과 식대수당을 풀타임근무수당으로 바꿔 식대수당을 임의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선설농탕은 야간조 근무자의 휴게시간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변경했다. 휴게시간을 늘릴 이유가 없고, 업무의 양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쉬는 시간만 늘려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게 직장갑질119의 설명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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