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계로 확산되고 있다. 최영미(57) 시인이 지난해 12월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이 6일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는 작가 'En'이 후배 작가를 성추행한 사실을 폭로한 글이다. 작품에서 En은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며',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인물로 묘사된다. '100권의 시집을 펴낸' 유명작가로도 표현된다. 이를 두고 최 시인은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인데, 그 물은 똥물'이라며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이라고 썼다.
최 시인은 문단 내 성범죄 문제에 관해 "내가 등단할 때 이미 일상화돼 있었다"고 했다.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녀는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은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ㆍ잡지 등에서 편집위원으로 있는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다. 작품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고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고 '작품이 좋지 않아서 거절한 거예요'라고 말하면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것"이라며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나버린다"고 했다.
영화계에서는 '연애담(2016년)'을 연출한 이현주(37) 감독이 준유사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지난 5일 동성의 피해자 A씨의 폭로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A씨에 따르면 이 감독은 2015년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A씨에게 유사 성행위를 했다. 이 감독은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듬해 연애담을 개봉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 감독을 제명했다. 여성영화인모임도 지난해 이 감독에게 수여한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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