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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문'은 왜 흉조를 의미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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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 블러드문 뜨고 보름 뒤 토네이도 강타
1453년, 동로마제국은 블러드문 뜨고 닷새 뒤 멸망


지난달 31일 밤, 서울 강서한강공원 하늘 위로 뜬 슈퍼문에 지구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지난달 31일 밤, 서울 강서한강공원 하늘 위로 뜬 슈퍼문에 지구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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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35년만에 펼쳐졌던 개기월식 우주쇼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단어가 '블러드문(Blood Moon)'이다. 이 현상은 개기월식으로 인해 달빛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 대기 중 빛 파장들이 산란되면서 파장이 긴 붉은빛만 유독 돋보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붉은 달'은 대단히 안좋은 '흉조'로 여겨져왔다. 동양의 '적월(赤月)'이나 서양의 블러드문이나 주로 음산한 분위기의 공포물에서 귀신이나 괴물의 출현을 암시하는 배경처럼 쓰여왔다. 특히 보름달 자체를 불길하게 여기는 서양에서는 각종 신화와 전설이 함께 맞물리며 주로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왔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블러드문과 관련해 신화가 전해져왔는데, 붉은 달이 뜨면 티탄족의 여신이자 주술과 마녀의 신으로 알려진 '헤카테(Hekate)' 여신이 저승의 개를 몰고 지상을 누비면서 저주를 퍼뜨린다는 전설이었다. 이로 인해 붉은 달이 비치는 개기월식 자체를 상당히 터부시했고, 오늘날처럼 우주쇼를 관측하고자 하는 사람들보다는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서 블러드문이 뜰 때, 지옥의 개를 끌고 지상에 저주를 퍼뜨린다고 알려진 헤카테 여신 석상 모습. 헤카테는 마녀의 신으로도 유명하다.(사진=위키피디아)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서 블러드문이 뜰 때, 지옥의 개를 끌고 지상에 저주를 퍼뜨린다고 알려진 헤카테 여신 석상 모습. 헤카테는 마녀의 신으로도 유명하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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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뿐만 아니라 프랑스를 비롯해 주요 서유럽 지역에서도 블러드문은 상당히 안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특히 겨울보다 봄, 여름 농사철에 발생하는 블러드문을 더욱 싫어했는데, 봄이나 여름에 붉은 달이 뜨면 그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단순히 미신 정도로 치부될 수 있지만, 실제로 블러드문은 개기월식 때, 그 지역의 대기 중 푸른 빛을 산란시키는 오염물질, 기온 등이 갑작스럽게 내려가면 더 붉게 변하기 때문에 충분히 농사에 악영향을 끼치는 징조로 여겨졌다고 한다.

더구나 중세시대였던 1453년,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개기월식이 발생하고 닷새만에 오스만 터키군대에 함락당했던 역사까지 추가되면서 블러드문에 대한 인식은 더욱 안좋아졌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도시 상징은 달이었다. 그래서 '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도시는 함락되지 않는다'는 전설까지 고대부터 내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그해 5월24일, 터키군이 겹겹이 포위한 도시 위로 개기월식이 발생해 블러드문 현상이 발생했고, 이 현상을 보고 사기가 크게 떨어진 콘스탄티노플성이 닷새 뒤인 5월29일 함락되면서 블러드문은 더욱더 흉조로 여겨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 믿음은 현대에 들어오면서 더욱 강화됐는데, 지난 2014년, 미국에서 블러드문이 뜨고 나서 2주 정도 지난 후 자연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해 미국에서는 4월15일 개기월식이 발생해 블러드문이 발생했는데, 이때 미국의 월식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6개월 단위로 4차례 발생해 '테트라드(Tetrad)'라 불리며 매우 안좋은 흉조로 여겨졌다.

그런데 첫 개기월식으로 블러드문이 뜨고 2주가 지난 2014년 4월29일,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미국동남부 일대를 강타했다. 아칸소, 오클라호마, 아이오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테네시 주 등을 덮친 초강력 토네이도로 3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억달러 이상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물론 토네이도의 발생과 블러드문은 직접적 연관성이 전혀 없지만, 기존 블러드문에 대한 흉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킨 계기가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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