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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온유의 느·낌·표] 3일 동안 디지털 휴가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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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사이버 스트레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

[임온유의 느·낌·표] 3일 동안 디지털 휴가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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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새벽 다섯시 반 스마트폰 '알람'이 잠을 깨운다. 세수를 한 뒤 '카카오 버스'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오늘 목적지는 여의도 LG트윈타워. 6623 버스가 12분 뒤 도착한다. 3분 화장을 끝내고 후다닥 대문을 나선다. 때맞춰 도착한 6623에 몸을 싣고 '멜론'에서 언니쓰의 '맞지?'를 재생한다. 기자실에 앉아 인터넷으로 8개 신문의 IT기사 수십 건을 스크랩한다. 밤 사이 나온 외신 기사까지 훑으면 본격 업무 시작이다.

새로 만난 사람들의 명함은 '리멤버' 앱으로 저장을 해둔다. 한나절 컴퓨터와 씨름하다보면 벌써 오후 다섯시 반, 퇴근이다. 집으로 가 몸을 뉘고 유튜브를 켠다. BJ '입짧은햇님'의 먹방을 보며 저녁 메뉴를 떠올려본다. 떡볶이로 정했다. 네이버에 나온 '신전떡볶이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다. 나쁘지 않다. 미국 드라마 'CSI' 시리즈를 보는데 문득 탄수화물 과다섭취가 걸린다. 갤럭시탭S3로 '다이어트신' 앱을 켜고 스쿼트를 따라해본다. 11시쯤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든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만 6세 이상의 국민 85%가 스마트폰을 보유했다.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4시간35분. 열 명 중 두 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무엇에 홀린 듯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한국인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신간 '사이버 스트레스'는 독일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가 '병을 부르는 디지털 생활'을 주제로 쓴 책이다. 그는 사이버 공간을 '이 시대의 병동'이라 부르며 갖가지 실험을 통해 스마트폰, 컴퓨터 등 디지털에 매몰된 생활의 위험성을 밝히려 했다.

슈피처는 사이버 중독, 사이버 스트레스, 사생활의 종말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먼저 사이버 중독이 뇌가 모두 발달하지 않은 아동ㆍ청소년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중독이 주의력 결핍 장애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학생 7102명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들었다. 이 연구는 ▲오락 목적으로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들일 때 ▲낮에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때 ▲밤에 스마트폰을 꺼놓지 않을 때 주의력 장애가 더 심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책임감 있는 부모나 교사가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 스트레스의 예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제시했다. 슈피처는 "페이스북은 마치 팝콘을 먹는 것과 같다"며 "영양분은 없는데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처럼 믿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교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기반으로 페이스북이 불안, 스트레스, 부러움, 시기, 질투심 같은 정신병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슈피처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사생활의 종말을 앞당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기업의 효율적 마케팅, 정부의 시민 통제 및 감시를 위해 이용된다"며 "시민은 이런 사태에 속수무책이다. 누가 자신의 정보를 수집하고 보유하며 사고파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15세에 임신한 미국의 한 소녀가 동네 슈퍼마켓으로부터 임부복ㆍ기저귀 광고 팸플릿을 우편으로 받은 것을 예로 들었다. 이 소녀는 아무에게도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그의 검색 내역이 마케팅에 이용된 것이다. 슈피처는 조지 오웰이 예견한 '빅브라더'가 지금 우리 일상에 살아 숨쉬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힘들게 번 돈으로 자신을 염탐할지도 모를 기계를 스스로 구입한다"고 했다.

슈피처는 전작 '디지털 치매' 출간 이후 각국 정보 당국과 IT업계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가 제기한 문제들은 부인됐다. 유희와 직업이 모두 디지털로 연결된 이 사회에서 그가 지적한 문제들은 외면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인정하더라도 디지털 생활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슈피처가 주장하는 '계몽'이 허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그는 먼저 3일 동안 디지털 휴가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밤낮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지 말해주고 세계 어느 비밀 요원보다 우리를 더 잘 염탐하는 기기의 통제가 없어도 얼마든지 잘 지낼 수 있다. 디지털 휴가 뒤엔 완전히 새로운 삶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스트레스/만프레드 슈피처 지음/박병화 옮김/알마/2만20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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